오전은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학교가 좀 달라보일만큼, 이상한 가구들과, 술박스들...
군 입대전 축제 기간에는 여기저기 자그마히 주점들만 있었던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커지는 느낌이다.
아무튼, 나는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남 일인양 기숙사로 향했다.
후배 동엽이와 수업 얘기를 하는 찰나, 기숙사로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다들 몰골이 짜다 만 대걸래 같았다. 뒤에 물이 줄줄줄...
우산 들고 있는데, 무슨 게임을 하는가 싶어서 창 밖을 내다보니, 세상에...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일찍 들어오길 잘했지.. 저게 무슨 조화냐...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는길에,
저 멀리 보이는 복지타운 앞의 주점에 비닐 천막을 치는 분주한 학우들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까지했다.
모르겠다. 대학 5학기동안, 대학생답게 놀아보지도 못했고,
대학생답게 공부하지도 않았고, 대학생답게 무언가를 추진해 본 것도 그다지 없는 것 같았던건 왜였을까.
나름대로 동아리 활동도 했고, 소모임도 열심히 했었지만,
그게 단순한 시간 때우기는 아니였을까?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달릴때, 문득 과거를 후회하곤한다.
결정된 미래에서 과거를 바라볼때는, 그 때의 고민 같은건 이미 머리속에서 지워져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고3때 내가 가게되는 대학을 알고 있었다면, 수능에 목숨걸고 공부할 수 있었을까?
언제나 그 순간에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삶은 재미있는 것이다.
변할 수 있는 거이기에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조금은 쉬고싶다. 여행을 떠난다면 대학 생활의 마지막 여행이겠지.....
아무튼 학기 잘 마무리 하기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