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전철 너무 다른 전광판 서비스
[경향신문 2006-09-07 19:30]    
/대전의 지하철은 운행간격이 10분인데도 운행시간은 표시하지않고 현재 시간이나 표어 등을 표시하고 있다.

#장면1

지난달 말 일본 도쿄의 전철인 JR야마노테선 오카치마치역. 50대의 한 여성이 역 플랫폼에 들어오더니 안내전광판을 슬쩍 살펴보고 바로 의자에 앉아 책을 펴들었다. 전광판에는 우에노·이케부쿠로 방면 열차가 오후 1시23분과 27분에 각각 들어온다고 표시돼 있었다. 다른 승객들도 전광판을 한 번씩 살펴본 뒤 여유있게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책을 읽고 있던 승객 이케다 후미코(56·여)는 “열차가 오는 시각을 전광판을 통해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며 “전철이나 지하철의 운행시각을 표시해주는 것은 당연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의 지하철 지요다선 아야세역 역시 다음 전동차뿐 아니라 그 다음 전동차의 운행시각까지 전광판을 통해 알려주고 있었다.

#장면2

7일 오전 10시50분 대전지하철 시청역. 계단을 내려온 승객들은 전광판을 연신 쳐다보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동차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전광판에는 전동차 운행시각 대신 현재 시간이나 교통질서 등 각종 표어 등만 나왔다.

승객 정모씨(20·대학생)는 “도대체 전동차가 언제 오는지 알 수가 없어 플랫폼 여기저기를 서성거리게 된다”며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전동차의 운행시각을 전광판에 표시해준다면 의자에 편안히 앉아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 박모씨(39·여)는 “대전지역 시내버스에도 정류장 단말기에 버스 도착 예정시각이 표시되는데 첨단기술의 결합체인 지하철이 운행시각을 표시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대전지하철 등 국내 지하철·전철 등이 전동차의 운행시각 표시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4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전철까지 운행시각 표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10분 간격의 지하철도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개통된 대전지하철의 경우 스크린도어 등 첨단시설을 자랑하지만 전동차 운행시각 표시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대전지하철은 10분 간격(츨근시간대 5분)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승객들이 최장 10분까지 기다려야만 하지만 운행시각 표시 서비스는 없다. 전동차가 앞의 앞 역을 통과할 경우(출발시간 3분 전)와 앞의 역을 통과할 경우(출발시간 1분30초 전)에만 전광판을 통해 알려주는 정도다. 역 입구 등에는 첫차 시각과 막차 시각만 게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운행시각은 표시돼 있지 않다.

/일본의 전철은 운행간격이 4분인데도 운행시각을 전광판에 표시, 승객들이 마음놓고 전동차를 기다릴 수 있게 하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의 지하철과 전철 등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운행 간격이 20분씩인 밤 12~1시와 7~12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오전 5시30분~6시20분에는 승객들이 언제 열차가 도착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

대전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운행시각을 미리 설정해놓고 거기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다른 지역의 지하철과 전철도 운행시각 표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서비스의 시행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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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9. 7.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