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바른손이라는 말 아시죠?

어느쪽 손이죠?

네, 바로 오른손을 일컫는데요.

그만큼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네, 우리 사회에서 왼손잡이로 살아가기...상상 이상으로 곤란하고 고됐습니다.

타고난대로 왼손을 쓰는 사람들이 요즘 갈수록 느는 추세라고 하긴 하던데요.

최영철 기자!

한국 사회의 왼손잡이에 대해서 취재하셨다고요?

<리포트>

왼손잡이하면 대표적으로 이승엽 선수를 떠올릴 수 있는데요.

야구 선수들 보면 왼손잡이가 참 많죠?

왼손잡이가 이제 우리나라에도 300만 명 정도 되는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도 요즘 좀 바꿨다는 걸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왼손잡이를 굳이 고치려는 애쓰는 모습이 좀 사라지는 데서도 찾을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왼손잡이로 살아가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왼손잡이들의 불편과 불리함, 그 실태가 어떤지 취재했습니다.

왼손잡이 예빈이가 사는 집, 오늘도 안정숙씨는 예빈이가 식사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항상 식탁 왼쪽 가장자리에 앉힙니다.

하지만 이렇게 맘을 먹기까지는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정숙(예빈이 어머니) : "처음에는 밥숟가락을 아이가 쥘 때마다 자꾸 이것을 치면서 오른쪽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이곳이 반복이 되다보니까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무 것도 못하는 거예요."

사흘 동안 밥도 못 먹고, 소변도 못 보는 예빈이를 보고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안정숙(예빈이 어머니) : "내가 보는 시선이 불편할 뿐이지 아이는 정말 왼손인데 오른손으로 쓰라고 하면 상당히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구나...그래서 그때 이후로는 절대 왼손에 대해 터치를 하지 않아요."

한의사인 박정민씨도 왼손으로 침을 놓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요.

<인터뷰> 박정민(한의사) : "왼손잡이인 저한테는 전혀 이상하게 아니죠. 왜냐하면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글씨 쓰듯이 저 같은 경우는 왼쪽으로 침을 놓는 것이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침자리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박 씨도 어릴 적 기억은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정민(한의사) : "초등학교 때 같은 경우에는 저희 어머님이 제가 왼손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학교에 몇 번 불러 가셨고요. 제가 중학교 때는 제가 왼손을 쓸 때마다 실로폰채로 때리셔서 제가 음악시간이 되면 괜히 배가 아팠던..."

태아 때 결정된다는 왼손잡이.

그들이 오른손잡이들의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과 도전은 상상 이상인데요.

<인터뷰> 최석훈 : "전철역에서 전철 표를 넣을 때, 왼손잡이는 당연히 이쪽으로 생각하는데 표 넣는 구멍은 오른쪽에 있거든요."

<인터뷰> 최창근 : "논산훈련소 조교 생활을 했었는데 오른손으로 사격을 하게끔 그렇게 교육을 하고 실제 총도 오른손잡이 위주로 장비가 구성이 되어 있고요. 그 다음에 수류탄 던지기를 할 때 왼손잡이들은 완전 예선 탈락이죠."

이들에게는 취미 역시 즐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골프를 즐기는 강현수씨는 왼손잡이를 위한 타석이 거의 없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연습장을 찾는데요.

<인터뷰> 강현수(가수) : "연습장을 가보니까 다 저랑 등을 돌려서 연습을 하잖아요. 연습장도 구석에 하나밖에 없어서 굉장히 소외된 느낌..."

특히, 오른손잡이 전용으로 만들어진 대학 강의실 책상은 왼손잡이들에겐 최대의 적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경준(대학생) : "오른쪽 책상으로 가게 되면 글씨 쓸 때 이렇게 되거나 글씨 쓸 때 공간이 부족한 경험이 많거든요. 내가 왼손잡이인 것이 오히려 약간 비 정상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왼손잡이를 위한 책상을 갖춰 놓은 대학은 전국에 세 군데뿐, 구입 조차 쉽지 않습니다.

왼손잡이들에게 가장 불편한 가위를 비롯해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곳도 전무한 실정인데요.

유일하게 있었던 인터넷 쇼핑몰도 사정상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바라볼 만큼의 이유는 과연 존재할까요?

<인터뷰> 민정길(연세대 의대 신경과 교수) : "아직까지 연구 결과 무슨 특별한 이렇게 차이가 있다든가 하는 그런 것은 밝히지 못하고 있어요. 단지 왼손을 쓰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특별한 특징들이 있는가를 조사해본 결과 공간인지기능이 뛰어나다. 예를 들면 건축이라든가 또는 공간 운동 중에 체육, 권투라던가 또는 투수..."

특히, 야구에서 활약은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국민타자 이승엽을 비롯해 양준혁! 또 메이저리그의 최희섭, 구대성 선수 등 마운드는 왼손잡이의 주 무대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뷰> 구대성(프로야구 선수) : "편견을 갖기 보다는 외국에는 메이저 선수도 왼손잡이가 많고, 우리나라도 지금 보면 왼손잡이 타자가 상당히 중심적인 역할을 많이 하잖아요."

통계청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전체 인구의 17%, 300만 명 정도로 추정이 되는데요.

그 인구수를 반영하듯 이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왼손잡이를 바르게 이해하자는 교과 내용도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정숙(초등학교 교사) : "최근에는 왼손잡이 아이들을 억지로 오른손으로 고치지는 않는 경향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왼손잡이가 전보다 좀 늘어난 편이고요. 아이가 오른쪽으로 앉을 경우에 왼쪽의 다른 친구 팔과 부대끼니까 그런 경우에 그런 것을 좀 배려하는 편이고..."

<인터뷰> 민정길(연세대 의대 신경과 교수) : "왼손잡이라고 생각되는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은 불편을 피하기 위해서 오른손잡이 로 바꿔주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그 과정상에 야단을 친다거나 억지로 자꾸 강요를 하다보면 행동 장애들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죠."

왼손잡이라는 개인차 때문에 오늘 하루도 불편과 불리를 감수하는 왼손잡이들, 단순히 손을 쓰는 방식의 '다름'일 뿐인 만큼 이제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는 관습은 버리는 게 어떨까요?
by Joe & Soohy 2006. 4. 27.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