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과에 아주 당황스런 일이 발생했다.
99학번 선배님께서 밑에 학번을 소집했던 것인데,
어느 누구하나 말하진 않았지만, 이건 자기 자신을 깎아먹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첫째로, 대학은 군대가 아니다.
우리중 어느 누구도 개인의 행동에대해 관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될뿐더러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설령 학과 교수님의 생각이 이러이러하다라고 해도, 개인이 그 때문에 사고를 바꾸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학교는 계급사회가 아니다. 보통 위로 10년 아래로 10년은 경쟁자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서의 선후배는 학습에 있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이지, 어떤 문화를 강요하고 강요받는 사이가 아니다. 학교에서의 기본적인 선후배간의 예의가 있지 않느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예의는 개개인의 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획일화 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예의가 없으면, 받아주지 않으면 되는 문제이지, 들이대고 너 예의 지켜 라고 할 속성의 것이 못 된다. 선배님 한테는 어떻게 들릴지는 몰라도, "나 속 좁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사안이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였다는데에 있다.
학과에 불이 났다던지, 도움이 급히 필요하다던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식으로 소집하는 것이 옳지 않았다. 더욱이 불참하는 인원은 전화로 꼭 그 내용을 말하라는 것은 돌려 말해서 나랑 얘기할 용기가 없으면 무조건 나와라 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 구문이 없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무언가 선후배사이에 예의가 부족하다. 이 말 하기 위해서, 프로젝트 할 시간 날리고, 집에 갈 차편 놓치고, 밥 못먹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였을까? 솔직히 그런 문제들은 고학번 형들의 인식안에서 심각했을지는 몰라도, 그 아래로는 그렇게 심각하게 고려되어지던 문제가 아니였다. 후배들의 발언에서도 꼭 호칭을 써야한다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해도 괜찮겠다는 정도의 얘기는 사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셋째로, 이후의 악영향이다.
일단 일이 벌어졌으니 우려되는 사항이지만, 이 후의 행동에 대해서 개개인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평소에 나이가 같아서 안녕하고 지내던 사람을 하루 아침에 무슨무슨 선배님이라고 부를수 있을까? 또 이런 문화는 높을수록 좋을지는 몰라도 내려갈수록 거부감이 많이 드는 성격이 있다. 따라서 학과에 올 신입생들이나, 편입생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낳을 수가 있다. 우스겟소리지만, 고대는 학번순으로 모든 것이 돌아간다. 연대에서는 무식하다고 얘기하고 말이다. 그건 그것대로, 이건 이것대로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학과의 문화가 그렇지 않았고(계속 변화되어 왔기 때문이겠지만) 그렇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따지고보면 이건 단순한 예우의 문제이지, 상하를 구분지으려고 의도된 자리가 아니다.(만약 그런 의도로 만든 자리라면 선배님들이라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이 필요한 범위 안에서 타인을 대하는 법을 공부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지시를 받아들이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라면, 목에 거는 사원증처럼 학번, 나이, 성명 같은 패용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식으로 학과생을 구분하고 기존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대안을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되고, 학과 공지사항에 취지만 밝히는 정도로해서 학과생들이 이해를 하게끔 하는 정도가 적당했다고 본다. 선배님들이 말씀하셨듯이 1학기 남은 상황에서 학과의 이런 문제에 신경쓰고 있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다. 취직 걱정하고, 이력서 쓰기에도 바쁘실 타이밍에 이런 모습은 자신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학과에 큰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어갔던 내 자신의 모습이 후회스럽다. 말을 시작한 사람도, 말을 들은 사람도 마음만 무거워진 자리였던 것 같다. 겉으로 어떻게 포장이 되었더라도, 사실 서로에게 불신만 더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랩실에도 가기 싫어졌으니까...
대학의 문화는 개방의 흐름을 타야지, 폐쇠적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세상은 서로 경험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능력을 배우면서 개인의 포지션을 키우는 것이지, 그 반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안타깝다. 우리 학과.
by Joe & Soohy 2006. 3. 23.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