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필요성에서 본 신자유주의

경영정보학과 0283025

박성조

최근 경제 화두중의 하나는 FTA에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무역 국가이며 대미무역의 규모는 중국, 일본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의 하나로 꼽힌다. FTA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는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타격이 올 수도 있다. 때문에 국가에서는 각 분야별로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서 FTA협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직결되는 만큼 내부적으로 정부와 농민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FTA는 언뜻 생각해보면 굉장히 두렵게 다가올 수 있다. ‘FTA (Free Trade Agreement)’는 말 그대로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 간의 장벽을 없애고 하나의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형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관세, 투자규제 등을 통해 키워야 되겠다.’ 생각하는 산업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가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수입 자동차가 국내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은 차량의 가격 외에도 관세 등의 세금이 더 많이 부과됨으로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보호막을 제거해버리면 마치 현재 보호받고 있었던 산업이 모두 망해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곧 들게 마련이다.

일단 1차 산업이고 말이 굉장히 많은 ‘농업’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FTA를 체결한 국가는 ‘칠레’이다. 칠레와의 FTA 체결 이후 주로 들여오는 것은 당연히 농산품이다. 감자, 닭고기, 포도, 바나나 등이 그것이다. 이들 물품은 수입해 오는 것이 워낙 싸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되는 동일 생산품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FTA라는 조약 하나 때문에 국내 감자 생산 농가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이다. 중국과 FTA가 맺어지게 된다고 한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중국 쌀은 20Kg에 단 ‘6000원’밖에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농가들이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을까.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자유 시장에서 소비재의 경우 가격의 영향력은 가장 크다. 이것은 결국 식량자급률의 심각한 저하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2차 산업인 제조업을 생각해 보아도 FTA 이후에 생겨날 파장은 만만치 않다. 미국과 한국의 현재 관세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쪽이 턱없이 높다. 섬유, 트럭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조업에 해당하는 모든 항목이 미국에 비해 두 배 이상씩 높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율이 저하 된다고 해도 애당초 미국의 관세율은 낮아서 우리 쪽이 볼 수 있는 이득은 적고 미국이 볼 수 있는 이득은 많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산업이자 논란거리도 많다. ‘스크린쿼터’제가 작지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의 축소와 폐지는 한국 영화산업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 말하고 있지 않은가. 금융 투자에서의 규제를 없애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 그 자체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해외의 대자본가가 투자 하고, 빠져나가기가 용이해 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체의 역량이 아니라 외국 자본에 의해 우리나라 전체가 들쑥날쑥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외국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움직이면 영세한 기업은 외국으로 넘어가는 일이 빈번해질 것이다.

이 모든 문제들은 한마디로 경쟁의 원리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자금의 규모나 기술적 측면 그리고 문화의 상품화 정도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뒤쳐지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버리는 문제인 것이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다른 나라들의 영향을 심각하게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우리나라는 수출을 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우리가 논쟁을 벌이는 이 순간에도 세계의 경제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으로 버틸 수 없는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그런데 수출을 많이 해야 되는 나라가 수입해 오는 것은 최대한 막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점이지 않은가? 이런 행동은 세계 시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복지 정책을 편다면 모를까 신자유주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국가가 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국가만 복지 정책을 편다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계속 유지하기란 힘든 일이다. 2006년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우파연합의 승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고의 복지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들이 이제는 좌파적인 복지 대신 우파적인 성장과 효율을 훨씬 더 선호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간단히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것이 현재 세계를 움직여가는 이념이 되어가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가 시장경제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세계 시장의 단일화이다. 하나의 국가가 신자유주의를 취한다는 것은 결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과 같은 말인 것이다. 이 시장 단일화를 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가 FTA이기 때문에 당분간 FTA를 체결하는 국가는 늘어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다음 그림이 잘 보여준다.

( 출처: WTO http://www.wto.org )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것은 교역에 있어서 상대적 불리함을 뜻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관세가 3%인데, 중국은 0%라고 하자. 이런 상황에선 같은 기술력을 가졌다는 가정을 해도 우리나라 쪽이 수출에 불리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낮은 관세가 시대적 추세가 되면, 우리나라가 손해를 보는 관계가 점차 많아질 것이고 그것은 곧 수출의 저하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생활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싫던 좋던 FTA는 체결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필요악 같은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FDI(외국인직접투자)의 비율이 낮은 국가이다. 다음 표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평균의 반도 못 미치는, 그리고 동아시아권의 3분의 1도 못 미치는 정도의 투자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투자를 해줄만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국내여건 상 국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를 통한 여러 제도의 수정은 FDI를 늘릴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이다. UNCTAD의 World Investment Report(2005)는 이것을 뒷받침 해 준다. 우리나라는 FDI 잠재력은 높으나 성과는 낮은 집단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FTA에 의해 촉진만 받을 경우 FDI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FTA를 체결한 후 FDI가 증가한 다는 것 또한 통계적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이다.

앞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FTA를 체결할 경우엔 많은 실질적인 문제들이 일어날 것이나, 체결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국제적 고립 상황을 낳아 우리나라 전체를 못 살게 할 것 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나라를 살리기 위해서는 FTA를 체결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 안주한다고해도 우리나라를 대신해서 FTA를 시행하는 국가는 세계에 많다. 물론 우리는 앞서 일어난 실질적인 문제를 가만히 놔 둔 상태에서의 FTA체결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기업적, 개인적인 노력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 – 직업창출, 재교육, 중소기업 지원, 해외 의존도 분산

앞에서 논의 했듯이 FTA의 체결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많은 실직자 문제, 빈부격차, 경제의 해외 의존도 증가와 같은 문제가 대두 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손 놓고 이를 방치한다면, 우리나라는 FTA는 체결했지만 삶의 질은 바닥인 국가가 되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기업, 개인이 세계화에 발맞추어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능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여야 하고 이미 능력을 키울 수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잘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앞으로 해야 될 일은 직업창출, 재교육, 중소기업 투자 및 성장 방향 제시, 해외 의존도의 분산 등이 있을 것이다.

직업창출은 특히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서 필요하다. 만약 쌀 시장이 개방 된다면 쌀농사를 짓던 노인들은 모두 경쟁력을 잃고 경제적 자립성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또한 재교육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농업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산업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생산량의 규모에 있다. 우리나라가 쌀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국가라고 생각해보자. 미국이나 중국의 광활한 농토에서 경작되어 대량 생산되는 쌀과 가격 경쟁력이 생길수가 없다. 또한 서양의 경우 동양과는 다르게 주식이 쌀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수요도 한정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농업의 구조적 기술적 개선을 돕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정부주도의 직업 전환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마저도 적응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기는 경우 작은 일을 배정해준다던가 돈을 지급하는 일을 정부차원에서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대책이 될 것이고 개인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일부는 제 3국에 노동력을 팔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산업의 영역에서 일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해외로 노동력을 생산하게 된다면 정부 측에서 이를 잘 지원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민들을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재교육은 정부가 맡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뒤쳐지지 않을, 뒤쳐졌다면 새로 일어설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대학의 평생교육을 권장하고, 공립 혹은 사립 재교육 센터를 만들고 지원함으로서 이를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특기를 잘 살려주는 창의적인 교육을 함으로써 사회에 나가서도 자기 위치를 잘 잡고 끊임없이 변할 수 있도록 생각을 길러 주는 것으로 이것은 정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은 스스로 잘 성장해나가야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세계화가 되면, 이렇게 생겨났다 쓰러지는 기업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 질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특성 있는 몇몇 기업을 살리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이 될 것이다. 국가에서는 중소기업이 컨설팅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줄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 간의 협업관계를 잘 구축하는 데도 정부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FTA를 체결한다고 해도, 더 많은 나라와 체결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해외 의존도의 분산의 일환이다. 농업은 환경이 좋은 곳에서 해야 하고, 제조업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 한마디로 중국, 미국 등과 같은 환경이 되는 나라에서 쌀을 생산해야 하고 수공업이나 가전제품을 만드는 일은 노동력이 싼 곳으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는 농업, 제조업이 얼마 남아있지 않을 곳이고, 이런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수의 국가에 기초 생활(식량, 기초 생활용품 등)을 의지하다가 그쪽에서 가격을 조정할 경우 생활의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여러 분야에 걸쳐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입을 분산시키는 것은 정부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계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적 차원의 대응책 시스템 정비와 재교육 지원

FTA는 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기회이다.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에 있어서 기존에 행해지던 여러 가지 제약이나 경쟁우위를 위한 걸림돌을 걷어낼 수 있다. 노동력의 수급도 어떤 나라에서든 자유롭고 소비 시장도 넓기 때문에 일정 이상의 기반을 가진 기업이라면 급속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국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경쟁력을 세계에 펼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다시 우리 국민의 삶의 원동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외국의 기업과 견주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기업들이 있다. 그나마 자국의 보호를 받으며 생계를 이어오던 그들에거 FTA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경쟁력이 부족한 제조업 분야의 기업이라면 일단은 노동력이 싼 곳을 찾아가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궁여지책일 뿐이고 결국에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소용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기업 내부의 시스템과 인재등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 내부의 시스템은 어떻게 가꿔야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은 정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 여건이 풍부하다.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하고 통계화시켜 활용하고, 이를 사용하는 인력을 교육시켜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이런 프로세스를 검증하고 개선한다면 이후 국외에서 사업을 할 때에 기업 경쟁력에 있어서 많은 부분에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불량률과 배송시스템 등의 부차적인 프로세스들은 고객 신뢰라는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도 일조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시스템이 있다 해도 결국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몇몇의 유능한 인재들이다. 2003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초일류로 거듭나기 위해서 천재를 모셔오든지 아니면 길러내든지 하여, 그들로 하여금 세계 초일류 제품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과 디자인에서도 세계 초일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을 선언했다. 그는 21세기는 두뇌전쟁의 시대이므로, 모든 지식과 정보가 1등에게만 모이게 되어, 어느 분야에서든 1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이나 국가는 1등 국가와 1등 기업의 하청 공장으로 전락하여 근근이 먹고 살게 되며, 앞으로는 천재급 인재 한 사람이 새로운 발명을 통해 수백, 수천 명의 일을 대신 해줄 것이라 확신하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빌 게이츠를 꼽았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땅도 좁고 시장도 작으며 자본도 적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천재 키우기’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인재들과 잠재적인 인재들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회사 내의 인재에 대해서는 국외 교육을 실시하고 경험을 늘려줌으로서 기업과 나라를 키워가는 바람직한 인재를 만들어야 한다.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대학 시설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 즉 자본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대학의 엄청난 투자를 통해서 현재 “서부의 하버드”라고 불리지 않는가? 기술 분야에 있어서 자본의 필요성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좋은 대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기업의 투자와 산학연계를 통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 실무 교육을 지원하며, 필요한 분야의 영어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두뇌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창의적이고, 뛰어나며, 성실한 인재를 만들기 위해 대학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이상적인 대학 기관의 청사진만이 남게 될 것이다.

개인적 차원의 대응책 끊임없는 변화, 자신만의 특기, 다양한 언어 습득

일단 FTA가 체결된 후의 상황을 그려본다면 개인에게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동일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지금의 시장가격보다 더 저렴하고 많이 시장에 내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 이런 선택의 다양성은 긍정적으로 고려되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면 이것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실업 급여로 질 좋은 쌀을 먹고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양하고 질 좋은 물건을 사기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고, 이런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FTA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서 물건을 못 살 것이라는 말에 코웃음 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빈부격차가 줄어들기보다는 더 심화되어질 세상이기 때문에 여전히 부에 따른 계층은 남아있을 것이고 부유한 계층은 질 좋은 쌀을 빈민층은 질 나쁜 쌀을 먹고 사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쌀을 먹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을 하나 이상은 키워야 할 것이다. 현재 E-Sports라 불리는 게임 스포츠는 특별한 능력에 대한 하나의 예로 손색이 없을 듯싶다. 게임을 매우 잘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를 5년전만해도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 종류가 더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다. 직업의 귀천보다는 그 분야에서 달인이 될 수 있는가가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척도가 될 것이다. 또한 잘하는 분야에서의 능력을 재교육을 통해 계속 발전적으로 키워나가야 나이가 들어서 까지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업의 영역에 있던지, 지금보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숫자가 빈번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나 일본어 등 제 2외국어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지금보다 더 개인이 중요한 시대이다. 개인의 사소한 아이디어가 전 세계를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 세계인들의 문화코드가 작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인터넷 등의 통신장비의 발달과 국가 경계의 약화는 현실적인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계속 키워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세계 어디서에서라도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눈

FTA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만큼이나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현대적 의미의 FTA란 2차 대전 직후 세계전쟁의 원인으로 지목된 보호무역주의에 반대, 회원국 간의 최혜국대우(MFN)를 규정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에서의 일종의 예외조항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당시 개도국과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 자본주의국 일부에서 미국주도의 GATT체제를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제안되어, 이후 GATT 1947, 즉 GATT 조약문 24조에 도입된 것이다. 24조에서 규정된 ‘자유무역지대’란 그 회원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에 대해 회원국들 간에 관세 및 기타 제한적인 통상규제를 철폐하여 역내무역을 자유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유의할 대목은 GATT 1947에 규정된 FTA의 경우 세계경제관계의 조절수단가운데 하나인 관세를 중심으로, 그 대상인 상품무역을 자유화했다는 점이다. 즉 ‘무역’ 혹은 ‘통상’ 둘 다로 번역되는 trade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상품인 것이다. 반면 1990년대 GATT/WTO 체제에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미 WTO 협정에서 이른바 ‘무역관련(trade-related)'란 개념을 통해 투자(TRIMs: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와 지재권(TRIPs:무역관련 지재권협정)이 여기에 포함되었고, 또 당연히 농산물도 이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WTO체제하 신세대 FTA는 고전적 FTA와 달리 그 규율대상이 상품에 대한 관세에 그치지 않고, 실로 경제활동 전 영역을 포괄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04년 7월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의 경우를 보자.

1)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10년에 걸쳐 제조업 부문에 대한 관세철폐

2)농산물: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각 철폐, 호주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는 4-18년에 걸쳐 철폐

3)제약

4)초국경적 서비스: 광고, 회계, 시청각, 컴퓨터, 교육, 훈련, 에너지, 특급우편, 금융업,전문직, 텔레콤, 관광 등 모든 분야에 대해 내국민 대우(NT) 및 최혜국 대우

5)금융서비스: 미국계 은행, 보험, 증권 나아가 생보사에 대한 영업허가

6)전자상거래(e-commerce): 소프트웨어, 음악, 비디오, 문서를 포함한 디지털 제품에대한 비차별적 대우

7)투자: ‘모든’ 종류의 투자에 대한 보호

8)지재권: 미국내법수준의 지재권 보호

9)정부조달: 정부조달에 대한 비차별적 대우

10)경쟁정책: 반경쟁적 관행금지 및 법적 제재

11)분쟁해결 절차 규정

12)노동

13)환경 등.

대략만 보더라도 현재 논의 중인 FTA가 대부분 미국형모델 곧 NAFTA모델에서 출발하여 이를 더욱 강화시킨 것이라고 할 때 그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 부문은 경제생활 전반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FTA 즉 자유‘무역’협정이라기보다, 포괄적 경제통합협정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것이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측정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더군다나 현재의 전 세계적 FTA 드라이브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칸쿤회의의 실패이후 더 이상 WTO를 통한 다자적 접근보다는 자국이 우월적 지위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양자 간 혹은 지역 간 접근으로 통상 전략적 전환을 이루어냈다고 할 때,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식 일방주의,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전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최근의 자유무역협정논의는 1990년대 이후 모든 세계화관련 국제협상에서 공통적으로 관철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필수적 구성요소와 분리되어 파악될 수 없다. 그 공통적 특징을 간단하게 보자. 물론 이는 개별 협상국의 협상력과 핵심이해에 따라 일정한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구성요소는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시장접근(market access)상의 차별금지 문제로 일반적으로 내국민대우와 최혜국 대우로 표현된다. 이는 특히 월등히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가진 국가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과의 협상시 필히 역차별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즉 해당국가의 초국적기업이나 투자부문에서 초국적 금융자본의 최대이윤과 무한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둘째, 거의 예외 없이 해당기업에 대한 일체의 이행의무부과(performance requirements)를 금지한다. 이로부터 세계화이전 단계에서나 통용되던 해외기업이나 역외기업에 대한 투자에 따른 일정한 의무, 예컨대 기술이전, 고용창출, 고용승계, 환경보호 등 국가가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있었던 모든 의무로부터 기업 내지 투자자는 면제된다. 외자와 기술이전을 연결 짓는 접근은 여전히 한국의 친FTA세력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FTA 현실을 잘못 이해한 데에서 비롯된다. 그 결과 국가 대 투자자의 관계에 있어 국가의 권능은 현저히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이행의무 문제는 이미 한미투자협정 체결과 관련 스크린쿼터 문제로 불거진 바 있고, 최근 전면 개정된 미국의 BIT 2004년 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무역 및 투자 분쟁의 해결 절차에 관련해 거의 모든 신자유주의적 협정들은 제3의 기관이나 심급, 예컨대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함으로써 체약국 쌍방 국가의 재판 관할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이로써 투자자 내지 기업은 체약국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게 됨으로써 사실상 국가와 동급의 지위를 획득한다. 특히 여기서 주의해야할 대목이 투자자는 국가를 제소할 수 있어도, 그 역 국가가 투자자를 제소하기 위해서는 해당국 정부를 경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를 국가와 그 국민에 대한 자본 내지 기업의 ‘전지구적 쿠데타’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히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ICSID 투자분쟁 사례들이다.

FTA의 ‘비용’과 관련 특히 이러한 방식의 분쟁해결절차에 내재한 고위험성은 아래에서 잘 드러난다. 60년대 창립된 이래 2004년 11월 까지 ICSID에 의해 처리된 투자분쟁건수는 총 86건이며, 현재 게류중인 사건은 2004년 11월 말 현재 총 85건이다. 그런데 현재 게류중인 사건을 연도별로 보면, 1997년 2건, 98년 2건, 99년 1건, 2000년 2건, 2001년 8건, 2002년 14건, 2003년 30건, 2004년(11월말) 25건등 2000년까지 매년 1-2건에 불과했던 투자분쟁이, 매달 1-2건으로 폭증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고 특히 흥미로운 것은 피소국 대부분이 제3세계의 개도국들이라는 점이다. 총 85건중 32건이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이며, 멕시코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은 5건, 칠레 3건, 콩고 3건, 그 외 몽고, 이집트, 엘살바도르, 파키스탄, 가봉등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3세계 국가와 루마니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등 구소련과 동구권의 체제전환국들이 그 대상들이며, 청구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초국적 기업들이다. 이처럼 ICSID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BIT의 투자분쟁 해결절차는 대부분 초국적 기업의 경영상의 실패를 제3세계 투자유치국 정부 및 해당국 민중들에게 전가시키는 메카니즘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대부분의 협정은 적어도 잠재적으로 나아가 명시적으로 반노동조합적 경향을 지닌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규제완화, 유연화라는 것이 내용적으로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겨냥하고 있고, 이는 노동시장의 불안정 곧 비정규직의 비약적 증가와도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마치면서

FTA가 우리에게 되돌려줄 파장은 긍정적이 될지 부정적이 될지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행되고, 오늘이건 내일이건 경쟁 속에 던져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면, 다가오는 위협에 두려워하기보다는 경쟁의 자유로부터 승리의 깃발을 들 수 있도록, 모자란 점은 채우는 것을 넘어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고,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더라도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분명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산업이 존재한다. 규모나 자본에 의해 잃어버려야 한다면, 도마뱀이 꼬리를 내어주고 명을 지속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다음에 또 꼬리를 내어주지 않도록 강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국가의 큰 사안에 의해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국가는 일부 책임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FTA를 통해서 불공정한 관행이나 규제를 철폐하고, 세계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by Joe & Soohy 2006. 11. 13. 19:33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정부는 올해 2 월 초 전격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일정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은 6월 초 워싱턴에서 시작한 제 1차 본협상을 시작으로 이번 제2차 서울 협상을 거쳐, 1년도 채 되지 않는 내년 3월 말 타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기본 틀을 뒤집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중대 국정사안을 정부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절차에서나 실질적 내용에서나 한미 FTA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하며 이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준비 없이 졸속으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라며, 경제학자로서 우리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먼저 절차적인 문제점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어떤 근거에 기초하여 조급하게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협상을 시작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른바 한미 FTA의 4 대 선결조건이라 불리고 있는 사안들, 즉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 삶의 질, 그리고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산업 발전 비전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대로 굴욕적으로 받아주었다. 이는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수락함으로써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발휘해야 할 교섭력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게 되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안들이 한미 FTA와 무관하게 처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4대 선결과제 처리과정의 내막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 FTA 협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효과와 충격에 대한 철저한 연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면밀한 협상전략 수립 등의 선행조건을 갖추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한미 FTA를 중장기 추진과제로 삼고 있었으며 아주 뒤늦게야 공동연구를 시작하였다. 겨우 1년 정도의 연구기간으로, 얼마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연구보고서들을 근거로 충분한 협상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도 관련부처 간 체계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에서 대통령훈령으로 제정한 <FTA 체결 절차 규정>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또한 헌법 사항인 조약의 체결 비준권을 행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채 수수방관해 왔다. 협정문 초안도, 협상과정도 모두 비밀에 붙여져 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이를 통한 전면 개방이야말로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증대,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 등을 통해 국민 소득과 후생의 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우리 경제 시스템 전반의 선진화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마치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장미빛 전망이 별로 근거가 없으며, 긍정적 효과는 미약한 반면에 부정적,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혹스러운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
 
 우리들이 경제학자로서 가장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다. 개방 만능론은, 쇄국으로도 나라를 망치지만 무분별한 개방으로도 나라를 망칠 수 있고, 또 망쳤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교훈은 우리 역사가 잘 보여준다. 또한 나프타(
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12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수출-내수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또한 나라 경제의 깊은 대미 종속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개방 만능론이라는 전략 아닌 전략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산업, 업종, 기업, 계급 계층, 지역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수준에서 강자가 이기고 약자는 죽어나가는, 약육 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면 개방은 지금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국민경제의 대외 불안정과 대미 동조화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를 정당화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로 악명 높은 나프타의 멕시코 경험을 성공 사례라고 강변하다가 최근 그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그것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은 우리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주장에 따르면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다. 결국 정부는 모든 문제는 개방이 덜 되었기 때문이고 한미 FTA로 전면 개방만 하면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린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이같은 주장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근거 없는 정부의 산업 경쟁력 제고론
 
 정부는 한국 산업과 경제의 선진화 전망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그러면서 한미 FTA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이른바 "쇼크요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요법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정부가 우리 산업의 선진화 구도에 대해 정확히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어떤 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체계적인 설명을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안이한 충격요법식 개방조치는 한국 서비스업의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 전문 서비스업의 특성상 대량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낮아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증대하여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농업 분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농촌사회의 붕괴로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다. 대책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식 FTA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식 FTA가 정부의 주장 처럼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세계의 여러 다양한 FTA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시장근본주의적이고 약소국에 가장 가혹한 패권적 FTA 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제1의 동맹국인 일본조차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상품무역 협정을 넘어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통상 사항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미국식 기준에 뜯어 맞추어야 하는 전면적인, 불평등한 경제통합 협정이다. 우리는 미국식 제도와 관행이 결코 우리가 따를 선진 모델이라고 보지 않을 뿐더러, 이같은 전면 경제통합 협정이 고도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가 미국식 FTA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투자의 정의가 극도로 광범하여 건전한 생산적 투자와 론스타같은 파괴적 투기자본의 유입을 선별할 길이 없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현지 정부 제소권 때문에 론스타 같은 사태가 속출해도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미 FTA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거꾸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생산적인 직접투자(이른바 Greenfield)는 기대하기 어렵고, M&A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한국경제를 유린할 것이다. 설사 생산적인 외국인투자가 유입된다 해도 한미 FTA는 현지 생산품, 현지 조달, 현지인 고용, 기술 이전 등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행의무 부과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나라의 주권과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삶의 요구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 자유와 무정부적 활동을 더 상위에 두는 "미국 자본의 권리장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국민이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 올 것
 
 한미 FTA는 우리 국민이 보편적인, 사회적 시민권으로서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은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와 공교육에서 OECD의 바닥권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건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바로 이런 선진 복지사회 수립의 과제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지금 겨우 확보한 최저 공적 서비스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보건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방송,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식 공정경쟁 규범을 들이대고 지분 확대와 사유화 요구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한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 등 국제 자본의 요구가 그간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구해온 우리 안의 국내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단지 나라 대 나라의 협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두 국민 분열"을 도모하는 내외 자본의 요구 대 동반발전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대중의 삶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고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 상층만이 독차지할 것이며 다수 대중은 이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가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IMF 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하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한국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 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 중단,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4대 선결조건 수용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4대 선결조건 수용이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
 
 ▶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제1차 본협상 결과 등 한미 FTA 협상 진행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 국회는 한미 FTA에 대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직무유기 자세를 버려야 한다. 시급히 통상절차법을 제정하여 모든 대외협상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헌법에 명시된 조약 체결권과 비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 정부는 지금까지의 준비 없는 졸속추진 방식을 벗어나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 정부는 나아가 나라 안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방과 경제주권, 공공성과 사회통합, 문화적 다양성이 같이 갈 수 있고, 나라 밖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공생의 대안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라.
 
 ▶ 미국은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패권주의적인 한미 FTA 강행 압력을 중단하고 대등한 한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남북 화해와 동아시아 공생의 협력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171명의 서명자 명단>
 
 1. 대학 및 연구소 소속 서명자
 
 강남훈(한신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준(동아대), 권광식(방송대), 김기원(방송대), 김기현(경북대), 김대래(신라대), 김도근(동명정보대), 김삼수(서울산업대), 김상곤(한신대), 김상조(한성대), 김성구(한신대),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수행(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안국(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양화(부산대), 김애경(대구사회연구소), 김영용(경북대 새정치경제학연구회), 김영철(계명대), 김용원(대구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윤자(한신대), 김의동(경상대), 김재훈(대구대), 김정주(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종한(경성대), 김준(상지대), 김진일(국민대), 김차두(경성대),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김태억(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태연(단국대), 김형기(경북대), 남기곤(한밭대), 노중기(한신대), 류동민(충남대), 류덕위(한밭대), 문종상(한국섬유개발연구원), 민경세(한밭대), 민완기(한남대), 박경(목원대), 박경로(경북대), 박관석(목포대), 박광서(전남대), 박만섭(고려대), 박명훈(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박상수(제주대), 박섭(인제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정원(상지대), 박영호(한신대), 박종현(진주산업대), 박지웅(영남대), 박진도(충남대), 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박형달(순천대), 배영목(충북대), 배인철(한국도로공사), 백영현(참여사회연구소), 백일(울산과학대), 변형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서석흥(부경대), 서익진(경남대), 서한석(경원대), 서환주(상지대), 성낙선(한신대), 손명환(충남대), 송원근(진주산업대), 송태복(한남대), 신상기(경원대), 신정완(성공회대), 신조영(대진대), 안진권(대구사회연구소), 안현효(대구대), 양준호(삼성경제연구소), 양희석(경상대), 우명동(성신여대), 우석훈(성공회대 강사), 유태환(목포대), 유철규(성공회대), 윤병선(건국대), 윤석원(중앙대), 윤영삼(부경대), 이강국(Ritsumeikan University), 이규금(목원대), 이기훈(충남대), 이병천(강원대), 이상준(국민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상호(가톨릭대 강사), 이상호(진보정치연구소), 이세영(한신대), 이영기(동아대), 이영자(가톨릭대), 이용재(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이우진(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이원복(대구대), 이일영(한신대), 이재성(계명대), 이재은(경기대), 이재희(경성대), 이정우(경북대), 이종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이채언(전남대), 이해영(한신대), 임상오(상지대), 임수강(국회의원 보좌관), 장대익(경성대), 장주영(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장지상(경북대), 장상환(경상대), 장하준(University of Cambridge), 전창환(한신대), 전형수(대구대), 정건화(한신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승일(국민대 겸임교수), 정원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일용(한국외국어대), 정재호(목원대), 조복현(한밭대), 조석곤(상지대), 조영탁(한밭대), 조원희(국민대), 주무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 채장수(경북대 강사), 채종화(부산경상대), 최배근(건국대), 최정규(경북대), 최정식(UNI 한국협의회), 최종민(전북대), 최진배(경성대), 표명주(대구사회연구소), 한기조(동의대), 한성안(영산대), 허민영(경성대), 현용석(한남대), 홍덕기(전남대), 홍장표(부경대), 홍태희(조선대), 홍훈(연세대), 황신준(상지대), 황한식(부산대), 황호선(부경대) 이상 152명.
 
 2. 대학원생(박사과정) 서명자
 
 강영삼(서울대 대학원), 권은지(서울대 대학원), 김공회(University of London), 김선영(서울대 대학원), 손삼호(서울대 대학원), 심성희(서울대 대학원), 양정승(서울대 대학원), 오승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오종석(서울대 대학원), 원도연(
고려대 대학원), 이동한(서울대 대학원), 장시복(University of Massachusetts), 전희상(서울대 대학원), 정상준(서울대 대학원), 정재현(고려대 대학원), 정혁(서울대 대학원), 조태희(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황성하(University of Massachusetts), 현영진(서울대 대학원) 이상 19명.
by Joe & Soohy 2006. 7. 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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