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으로 흔들리는 콜라 제국
[한겨레21 2006-09-19 08:03]    

[한겨레] 코카콜라의 노조 탄압과 독점에 대한 전세계의 소송 줄이어…탄산음료를 아이들의 손에 닿지 않게 하는 반대운동도 활발

▣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똑딱’하는 이 순간, 전세계 4만 명의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꿀꺽’ 마시고 있다. 그러나 4만 명이 시원하게 코카콜라를 들이켜는 이 순간에도 코카콜라 공장의 노동자 탄압은 계속되고 있고 1분, 2분 시간이 지날수록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1초에 4만 명에서 3만9999명으로, 3만9998명으로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코카콜라 반대운동은 이제 몇 개 나라, 몇몇 단체나 학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기업 브랜드가치 670억달러로 전세계 1위 기업의 위용을 자랑하는 코카콜라의 심장을 겨누고 있는 반대 진영의 칼끝은 날카롭다.

15년동안 콜롬비아 노조간부 8명 살해

코카콜라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단체는 미국의 ‘살인자 콜라를 멈추기 위한 모임’(CSKC·Campaign To Stop Killer Coke)이다. CSKC에 따르면 1989년 이후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콜롬비아의 파스토, 카레파, 몬테리아, 바란킬라 4개 지역의 코카콜라 공장 노조간부 8명이 살해됐다. 지금까지도 코카콜라 생산공장 노조간부와 노조원들은 계속된 폭력과 살인, 납치, 고문 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힘겹게 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은 1996년 카레파의 코카콜라 공장에서 일하던 이시드로 세군도 길의 살인사건이다.

세군도는 노조 간부로 임금인상과 보험혜택 등을 코카콜라 쪽에 요구했다. 그 뒤 2주가 지나서 세군도는 카레파 공장에서 민병대원이 쏜 총 10여 발을 맞고 숨졌다. 같은 날 다른 노조간부도 납치됐다. 노조 사무실에는 불이 났다. 다음날 중무장한 민병대들이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노조활동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코카콜라 공장 매니저는 노조사퇴서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콜롬비아 코카콜라 생산공장 쪽은 민병대와 계약을 하거나 지시하는 방식을 통해 노조 탄압을 해왔다. 콜롬비아 민병대는 미국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 있는 미군훈련학교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곳에서 민병대원들은 노조 조직을 만들거나 노동자 편에서 홍보를 하거나 시위 등을 부추기는 사람들을 없애라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7월 미국철강노조와 국제노동권리기금(ILRF)은 콜롬비아 식품노동자연대를 대신해 세군도 등 노조간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코카콜라 본사는 콜롬비아 노동자 탄압에 대해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며 코카콜라 생산공장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면서 미국 코카콜라 본사가 콜롬비아 노동자 탄압을 묵살해왔다는 점이 밝혀졌다. 재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코카콜라의 노동자 탄압과 인권유린은 콜롬비아뿐 과테말라 등 남미 여러 국가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CSKC는 2003년 4월부터 미국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코카콜라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욕대는 지난해 12월 4만여 명 학생들의 투표를 통해 코카콜라 자판기를 몰아냈고, 학내 식당 등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쫓아냈다. 미시간주립대 등 미국의 10여 개 대학들도 코카콜라 반대운동에 참여해 코카콜라와의 계약을 끊었다. 대학 내 코카콜라 반대운동은 캐나다와 영국, 이탈리아 등의 대학으로 점점 번져나가고 있다. 레이 로저스 CSKC 국장은 <한겨레21>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코카콜라 회사를 떠올리면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에게 고통을 안겨준 회사가 생각나도록 할 것이며 또 억압을 그만 둘 때까지 코카콜라를 거부하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 “대학 내의 코카콜라 추방운동은 코카콜라사의 인권유린과 환경오염 중단을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대학 내 코카콜라 반대운동이 점점 더 커지면 코카콜라사의 경제적인 압박이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우편노조와 뉴욕·캘리포니아 교사노조도 각각 우체국과 학교에서 코카콜라를 몰아냈다.

지난해 11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여성 라켈 차베스(49살)에게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라켈 차베스는 반독점법 위반 벌금액 사상 최고액인 6800만달러(700억원)를, 그것도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거대기업 코카콜라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그는 2003년 자기 가게에서 페루산 콜라인 콜라레알(빅 콜라)을 가게 진열대에서 치우라는 코카콜라 도매상에 항의하며 멕시코 정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코카콜라의 항소로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이 여성이 얻어낸 결과는 유사한 코카콜라 반독점 소송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도 규제 나서

러시아 유력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지난 8월31일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주 힘키에 살고 있는 나탈리야 카슈바가 코카콜라 모스크바 지사를 상대로 “코카콜라가 위염을 악화시켰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액수는 3133루블(10만원)로 작은 액수였지만 코카콜라가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 여성은 코카콜라의 포장용기에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이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치료비와 정신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 건강 문제로 코카콜라사를 상대로 낸 소송은 딱 한 번 있었다. 2002년 나홀로소송시민연대 이철호 대표가 코카콜라 때문에 치아가 상했다며 한국 코카콜라보틀링을 상대로 1억2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년여에 걸친 소송은 치아 손상이 코카콜라 때문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코카콜라의 승소로 끝났다. 이 대표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비슷한 경우를 겪은 사람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집단소송을 준비했지만 아직 코카콜라 같은 거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하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지금은 진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뿐 아니라 펩시콜라 등 모든 종류의 탄산음료를 아이들의 손에 닿지 않게 하는 반대운동도 활발하다. 아이들의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학내 콜라 추방운동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이미 ‘탄산음료 교내 판매금지 법안’이 통과돼 아이들은 생수 등 저칼로리 음료수만 마시고 있다. ‘콜라광’으로 유명했던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심장병으로 고생한 뒤 콜라 등 고칼로리 음식 추방에 앞장서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음료협회와 합의를 통해 미국 공립 초·중학교 매점과 자판기에서 코카콜라·펩시콜라 등 탄산음료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전역의 학교는 음료회사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고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를 중단하게 된다. 이번달부터는 영국의 학교 급식에서 콜라가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곧 콜라 등 탄산음료를 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지난 3월 청소년시설에서 탄산음료를 팔거나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도 탄산음료 판매제한이 필요하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 중단을 적극 권고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60여 개 초·중·고등학교를 표본조사한 결과 90.6%의 학교에서 자동판매기를 통해 탄산음료를 팔고 있었으며, 93.7%의 학교에서 매점을 통해 탄산음료를 팔고 있는 등 학생들의 탄산음료 섭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지난달 학교시설과 청소년활동시설에서의 탄산음료 판매금지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포장용기에 부작용 경고문구 기재되나

콜라를 치우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러시아에서 승소한 여성의 주장처럼 콜라의 포장용기에 건강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담은 경고문구를 기재하는 것이다. 이철호 대표가 2002년 당시 손해배상 청구와 별도로 “콜라가 치아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를 콜라병과 캔에 표기하게 해달라”고 청구했지만 당시 법원은 “원고 개인이 얻을 소송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다. 콜라 포장용기에 경고문구를 표기한다는 것은 콜라가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경고문구 표기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학교보건교육연구회는 지난 9월2일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의 포장용기에 과다섭취 경고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교육공동체 건강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총 김무성 정책부장은 “학생과 국민 건강의 증진을 위해 패스트푸드와 콜라 등 탄산음료에 과다섭취의 유해성을 표기하는 등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상임위원회뿐 아니라 국회, 정부 차원의 참여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 등은 이를 위해 서명운동, 가정통신문 발송 등 구체적인 사업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 코카콜라 홍보부 구남주 차장은 “위험문구와 관련해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정도”라며 “과다섭취 경고문구가 들어간 코카콜라는 아직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콜라가 구석에 몰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단순한 인상을 넘어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20년 역사를 꿋꿋이 이겨온 콜라의 미래가 콜라 색깔처럼 어두울지, 아니면 앞으로 또 120년을 이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욕심 가득한 손으로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동서양 만고의 진리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치아를 위협하는 강산성 액체

콜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콜라와 건강 간의 상관관계는 콜라의 120년 역사만큼이나 길고 복잡하며 지루하다. ‘건강에 이상 없다’는 콜라 제조사의 주장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식품학자 및 시민단체의 주장은 쭉 평행선을 달려왔다. 최후의 승자는 콜라가 세상을 지배하거나 혹은 세상에서 없어지거나 할 그 언젠가 가릴 수 있을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 이 시간에도 콜라를 마시고 있을 이들, 특히 어린이가 알아야 할 콜라에 관한 정보와 상식을 알아보자.

콜라는 원액과 물, 감미료인 액상과당, 톡 쏘는 맛을 내는 인산, 콜라 색깔을 내는 캐러멜 색소, 탄산가스 등으로 만든다. 콜라 속의 인산은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탄산가스는 소화기능 저하에 한몫한다. 탄산은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식도하부 괄약근 이완에 영항을 주고 이로 인해 위산이 역류한다.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탄산가스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치아건강 문제다. 치아손상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산성도다. 일반적으로 pH5.5까지는 타액의 완충작용에 의해 중화될 수 있지만 pH5.5 이하의 상태가 지속되면 치아 표면의 무기질이 빠져나가고 충치 등 치아질환이 시작된다. 콜라는 pH2.5의 강산성을 띠고 있어 음료수 중 가장 pH가 낮다. 콜라를 자주 마시거나 입 안에 머금으면서 마시면 입속 pH가 5.5 미만으로 저하돼 다시 pH5.5 이상의 저산성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는 20~30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콜라의 강산성이 치아 부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당분도 문제다. 당분은 입속 박테리아에 의해 산으로 분해되고 산이 치아의 에나멜층인 법랑질을 침식시켜 치아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당분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흡수되면서 열량을 공급하는데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지방의 형태로 피하에 쌓이기 때문에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콜라에는 100㎖당 12.6g의 당분이 함유돼 있어 250㎖ 1캔을 마실 경우 31.5g의 당분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초·중등학생의 1일 당분 섭취 권장량인 20g보다 많은 수치다. 100kcal가 넘는 열량은 쌀밥 반공기의 열량과 비슷하다.

초·중·고등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음료수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167명)가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로 콜라를 꼽았다. 가장 달다고 생각하는 음료를 묻는 질문에서는 식혜라고 응답한 학생이 166명으로 가장 많았고 콜라라고 응답한 학생은 15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음료가 치아 손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3명 중 1명꼴로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자료: 한국소비자보호원 식의약안전팀 ‘탄산음료 등 어린이 기호식품 현황 및 개선방안’(2006년 7월), ‘음료의 안전성 실태조사’(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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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9. 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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