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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전부 내것인양 생각하던 시절 들어갔던 훈련소.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는지, 축복받은 삶을 살았는지를 가르쳐준 곳.
누군가 챙겨줄거라 믿었던 믿음은, 박스에 옷을 싸던 순간 마음깊이 묻어야만 했다.
학생증을 가위로 자르던 순간에는, 왠지 학교도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겨울만큼 자주였던 야근은 추억이 되었고,
홍수, 화재, 폭설 등에 대한 재해는 겪어보지 못한 일들이라 신기했으며,
보직이라는 나만의 일과 책임감은 나를 많이 성숙하게 했다.

동생 같은 사람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고,
가끔은 나보다 어른스러운 그들을 이해하기 힘들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원해서 온 사람은 없었고,
나가는 그 순간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사는 보이지 않는 작은 삶이였다.

내가 주체가 아닌 객체로 느껴질때즈음,
그리고 그것이 익숙해져 갈때즈음,
이제는 나를 더 가르칠것이 없다며 전역증 한장과 여비를 주며 내쫓던 부대.

2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

아마도 어딘가에서는,
그 때의 나처럼 누군가가 나라를 지키고 있겠지.

흰 눈이 소복히 쌓은 겨울 밤,
100년만의 폭설이라며 열심히 넉까래를 굴리던 이등병시절.

무척이나 더운데 비까지 와서 습하던 밤,
보급창고가 물에잠겨서 나중에 흙이 쌓이다못해 뻘이 되어버렸던 일병시절..

밥먹다가 식당에서 선풍기가 누전에 불타오르던 점심,
소화기로 불끄고, 화재사실 숨기려고 군수과에서 소화기 터트렸다고 혼났던 상병시절...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임에게 쓴 소리를 외쳤던 병장시절....
(그 후임은 기억 못하고 있었지만...난 마음에 남았다)

이젠 그것도 2년 2개월이 지났다.
왠지 그립네.
그래도 잘 지냈나보다... 군대에 다시 들어가는 꿈은 꾸지 않았으니...(^^)
by Joe & Soohy 2008. 3. 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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