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이 공개하는 'PIFF' 완전정복 노하우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7-10-05 14:07 기사원문보기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영화제의 중심역할을 하게 될 해운대 피프 빌리지
ⓒ 부산국제영화제
  10월은 영화 때문에 들뜨는 계절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는 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손짓은 차마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가을날 부산으로의 영화여행. 바닷바람을 맞으며 보는 영화의 낭만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짜릿함이 있고 그것에 중독되어 해마다 많은 사람이 부산행 차표를 끊는다.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 영화메뉴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영화광들은 아마도 몇 되지 않을 거다.
그렇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부산행은 이만저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영화제 때 한 영화 제작자는 "경제적 부담 탓에 이번에는 안 가야지 안 가야지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때는 항상 부산에 있게 된다"고 푸념했다.
비용 때문에 갈등이 들지만 뒷감당은 나중에 생각해도 좋을 만큼 핏줄보다 더 심하게 끌리며 '너는 내 운명'이 된 부산영화제. 즐기다 보면 모든 것은 잠시 잊힌다지만 소요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불꽃놀이
ⓒ 부산국제영화제
  그렇다면 부산국제영화제를 한 번 다녀오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3∼4명 정도가 서울에서 함께 내려가는 것을 기준으로 2박3일 일정으로 평균 5편 정도의 영화를 본다고 가정할 때, 한 사람 소요되는 경비는 대략 15만원을 웃돈다. 교통비가 왕복 6만원(KTX 동반석 이용), 영화표가 3만원, 숙박비가 3만원, 식비가 3만원. 기타 비용을 2만원 정도로 계산해서다. 1∼2명이 움직일 경우는 비용부담이 조금 더 늘어나게 된다. 서울-부산 간 KTX를 이용할 경우는 교통비만 10만원에 가까워 심적 부담이 커진다.  

특히 순식간에 매진되는 작품들 덕에, 생각 없이 무턱대고 내려갔다가는 영화제에 가서 영화 한 편 못 보고 돌아오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계획을 착실히 세우면 노력 여하에 따라서 적은 비용으로 알뜰한 영화제를 즐길 수 있고 매진된 영화도 운 좋게 볼 수 있다. 조금의 고생은 있겠지만 영화를 통해 얻는 기쁨은 모든 것을 상쇄시킨다.


적은 비용으로 부산영화제를 즐기는 방법은 지난 12년 동안 부산을 오가며 터득하게 된 나의 경험담이기도 하다.

좌석수 많은 상영관에 인기 작품 배정

[영화 고르기] 275편의 작품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평균 10편 정도다. 각종 매체들의 추천작들을 잘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초보자라서 어떤 영화를 볼지 잘 모르겠다면 극장을 보고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산영화제에도 인기작품과 비인기작품이 있다. 즉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관객들이 적게 몰리는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어느 감독(배우)의 작품인지와 프리미어 여부, 영화제 수상 등의 여건에 따라 이런 것들이 결정된다. 친절하게도 영화제 조직위 측은 이런 사정을 미리 감안해 상영관을 결정한다.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은 작품에는 넓은 상영관을 마니아들이 찾을 것 같은 작품에는 아담한 상영관을 배정한다. 좌석 수가 많은 남포동의 상영관들에 주로 관객들이 몰리는 작품들이 배정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해운대 쪽에서 상영되는 인기작품들은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 2~3개 관에서 동시에 상영한다. 따라서 상영관이나 상영횟수를 보고 작품을 결정하는 것도 초보자들에게는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좌석이 가장 많은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대중성과 재미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상영될 12회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히어로>
ⓒ 부산국제영화제

'4회 영화제 때 본 <키쿠지로의 여름>은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수영만에서 덜덜 떨며 고생하면서 봤지만 재미와 오락성이 가미된 영화는 보는 내내 웃음을 안겨줬고, 감동과 여운을 길게 남겨줬다.

6회 때 접한 <슬로건>은 알바니아 영화. 폐쇄된 사회로 알려진 알바니아의 영화라는 호기심에서 선택했는데 제목대로 정치적 구호만이 화면에 가득했다. 알바니아 공산당의 선동적 구호를 통해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점에서 특별한 영화로 기억된다.

10회 때 봤던 <천국을 향하여>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사들을 담담한 시각으로 그려낸 수작이었다. 평범한 폐차장 종업원이 어느 날 지시를 받고 전사로 바뀌는 과정은 팔레스타인 현실 속에 자살테러를 감행하는 그들의 고민과 심적인 갈등을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나라마다 감독마다 각각의 화면으로 그려내는 영화의 다양성은 영화제가 아니면 미처 맛보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것은 또한 영화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기도 했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으리니!

[표 구하기] 올해도 예년보다 더해진 예매 열풍 덕분에 인기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매진됐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30%의 표가 현장에서 팔리기 때문이다.

전체좌석 중 게스트 좌석으로 할당된 25%를 제외한 75%가 관객들이 몫. 이중에서 45% 정도만 예매된 셈이기 때문에 현장 매표는 예전보다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장 매표도 쉽게 봐서는 안 된다. 패자부활전이라 불리는 현장 매표는 밤새 노숙하는 사람들로 인해 아침이면 그 줄이 한참 길어진다.

이럴 때 가장 유용한 곳이 티켓교환부스다. 영화 상영 직전 급하게 내 놓는 표들이 더러 있고 상당수의 영화표가 이곳을 거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진다. 운이 좋으면 게스트 아이디를 가진 사람들이 막상 발권을 받고도 사정이 있어 못 보는 표를 무료로 얻을 수도 있다.

또 적극적으로 표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 원하는 표를 거의 얻을 수 있게 된다.

매진된 표를 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관객.
ⓒ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교환 부스
ⓒ 부산국제영화제
 

'2회 영화제 때 <하나비>는 단연 화제였다. 폭력과 선혈이 낭자하는 느와르 풍의 영화는 기타노 다케시의 유머와 위트가 기자회견장과 관객 대화를 사로잡으며 최대의 화제작으로 부상했다. <하나비>가 상영되던 날, 1회부터 불기 시작한 일본영화 열풍은 1000여 석이 넘는 부산극장을 입석으로까지 가득 채웠다.

이른 아침부터 티켓 교환부스를 기웃거리며 <하나비>를 찾았지만 반환표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수시로 기웃거리는데, 자주 들르다 보니 낯이 익은 교환부스 담당 자원봉사자 하나가 나를 슬쩍 부른다. 살짝 미소 지으며 건네주는 표는 <하나비>. 반환표 한 장을 내게 주기 위해 갖고 있었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상영시간 30분을 남겨두고 구한 <하나비>는 자원봉사자의 배려 때문인 듯, 시원한 바다풍경과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와 더불어 2회 영화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였다.

10회 영화제 때 나를 가장 애태운 건 <하나와 앨리스>였다. '이와이 순지'의 명성만큼이나 예매 때 가장 먼저 마감된 <하나와 앨리스>는 1000명 이상이 들어가는 부산극장 1관에서 상영되었건만 당일 현매표도 맨 앞줄 5여명에게 주어졌을 때 '매진(sold out)' 표시가 붙어버렸을 정도.

상영시간은 일요일 오후 5시. 주말을 맞아 남포동으로 몰려드는 관객으로 인해 교환부스 앞 또한 만만찮은 줄이 생기며 인파로 넘쳐났다. 남은 시간은 10여분. 상영시간이 다가오면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초조함은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못 구하나'란 생각에 체념하고 있을 때, 누군가 티켓교환부스로 가지고 가는 표 한장이 눈에 띈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빠르게 다가가 물어보니 이럴수가! <하나와 앨리스> 아닌가! 교환부스로 향하던 표를 중간에서 가로챈 나는 정신없이 티켓값을 지불하고 극장으로 뛰어들어갔다. 상영시작 3분 전이었다.

그 때문에 난 10회 영화제 최고의 작품으로 <하나와 앨리스>를 꼽는다. 순정만화를 영화로 표현해 낸 <하나와 앨리스>를 보며 느낀 그 희열감은 어렵사리 구한 표 덕분에 더욱 크게 느껴졌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 성취감 탓에 내내 웃음지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부산영화제 매진된 표 구하기는 스펙타클과 스릴이 넘치는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1시간 30분 늦게 가면 2만원이 굳는다

[교통] 일반적으로 KTX 동반석 할인을 이용하는 알뜰족들이 많다. 그렇더라도 1인당 편도 비용은 3만원 정도. 왕복 6만원 정도가 들게 된다. 이것보다 싸게 드는 것은 고속버스다. 우등이 아닌 일반고속. 서울-부산 간 일반고속버스는 19800원으로 200원 모자라는 2만원.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기에 소요시간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4시간 20분 정도다. 2시간 50분대의 KTX에 비해 1시간 30분 정도 차이 밖에 안 난다. 오전 시간대는 1시간 간격으로 있어 알뜰족들에게는 교통비를 확실히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1시간 30분 차이에 영화 4편 비용이 굳어진다면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부산 지하철 일일권 홍보 포스터
ⓒ 부산교통공사
남포동과 대연동, 해운대와 장산을 오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산 지하철 공사가 판매하는 일일권이 유용할 것 같다. 3500원에 판매하는 일일권은 구간 제한 없이 하루 동안 쓸 수 있어 장산-해운대-대연동-수영만의 상영관을 오가야 하는 관객들에게는 제격이다. 'KTX가 없던 시절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0시 25분 무궁화호 막차는 부산으로 가는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이었다. 밤 12시가 다 돼 개찰을 기다리는 긴 줄은 절반 가까이 영화제로 가는 사람들. 한 손에 영화제 티켓, 카탈로그를 들고 무슨 영화를 볼까 즐거운 상상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영화의 바다에 빠진다는 생각에 마냥 들뜬 표정들이었다. 덜컹덜컹 서울을 떠난 기차가 5시간여를 달려 부산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6시 정도. 새벽길을 터벅터벅 걸어 남포동에 도착할 즈음 미명이 밝아오고, 이미 임시매표소 앞에 진치고 있는 사람들 뒤에 서면 자갈치에서 불어오는 비린내 섞인 바람이 이곳이 부산임을 알게 해줬다.' 함지골, 아침에 바라보는 영도 앞바다의 운치 [잠자리] 2인 기준으로 숙박에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3만원. 영화제 기간 중 다소 올려받는 곳들도 있고 고급여관일 경우 1~2만원 정도 더 들기도 한다. 이에 비해 영화제 관객숙소는 해운대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이 1인당 1만원이고 함지골은 5000원. 숙박일수가 길어지면 아르피나는 7000원대로 함지골은 4000원으로 가격이 내려간다. 더욱이 함지골이나 아르피나는 영화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과 영화제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도 나눌 수 있어 2~3일 정도 묵을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장소다.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 100m정도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함지골은 숨을 조금 가쁘게는 하지만 아침에 영도에서 바라보는 부산 앞바다의 풍경은 꽤 운치있다.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신청을 받은 관계로 주말에는 예약이 많이 차 있어 어렵지만 주중에는 한가해 여유가 있다. 예약제이긴 해도 당일 찾아가 신청을 할 경우 자리가 있으면 마음 좋은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받아주는 편이다. 운 좋은 경우는 기념품도 하나씩 얻을 수 있는데, 9회 때는 작은 수첩과 영화제 캐릭터 상품을 나눠 주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숙소인 함지골 청소년 수련원 내부.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 초창기, 늦은 밤 마지막 상영을 보고 남포동 거리를 떠돌던 젊은이들을 다시 볼 수 있던 곳은 피시방이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밤새 4000원하는 피시방에서 새우잠을 자던 그들은 그저 영화가 좋아 먼 길을 마다지 않던 학생들이었다. 몇만원 하는 여관비를 아끼느라 책상에 엎드려 새우잠을 자는 모습은 6회 때까지 종종 볼 수 있던 모습이었다. 부산영화제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7회 때부터 함지골 청소년수련관을 관객숙소로 마련한다. 함지골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은 대부분 경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영화제 관객이라는 동질감은 서로에게 연대감을 갖게 하며 친밀감을 형성시켰다. 한방에 있는 사람들 간의 친목을 위해 규율을 어기고 몰래 들여온 소주 2병과 순대는 10여 명의 낯선 이들이 정다운 분위기를 갖게 해준 윤활유였다. 하지만 자원봉사자에게 걸리면서 술과 안주가 압수됐고, 정다운 분위기는 아쉬움을 남기며 파장을 고했다. 그 다음해 나는 다시 함지골을 신청하며,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영화제 측의 융통성을 요구했다. '적당한 술은 서로 낯선 관객들이 서먹함을 풀고 가까워지는 최소한의 도구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할 것이니 막지말아달라!' 공개적인 요구가 먹혀서일까? 7회 때의 지난해의 추억을 살리며 다시 모인 사람들은, 이번에는 소주 5병에 떡볶이와 순대를 넘어 어묵에 과자까지 당당하게 풀어놓고 관객끼리의 친목을 다졌다. 20여 명이 모여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영화와 영화제이야기. 규율을 어긴 것이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은 못본 척 적당히 용인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 이후로 분위기를 못 잊어 해마다 찾는 함지골은 늘 기분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는 의미깊은 곳이 돼 버렸다.' 

푸짐한 고등어 인심과 넉넉한 국밥 리필, 가격은 3000원!

  [싼 맛집] 영화제 주위로 맛집이 상당히 많지만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게 그리고 상영시간에 늦지 않게 빨리 나오는 집은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가장 좋아할 듯 싶다. 남포동 맞은편 농협 뒤쪽으로 네 개의 식당이 나란히 자리한 고등어구이 식당은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집이다. 밥도 한 공기 수북하게 담아주고 푸짐한 고등어 인심은 몇 개를 요구해도 뭐라하지 않는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고등어구이 식당은 허름하게도 보이지만 대포 한잔하던 선술집을 떠올리게 해 주며 그 자체로도 정감이 있다. 최미화 진주식당 사장은 "네 집 모두 갖은 메뉴이며 반찬 중 짱아찌류만 틀릴 뿐 맛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3000원인 밥값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해운대 메가박스 상영관 건너편의 국밥 골목의 '해운대 원조 할매국밥'은 24시간 저렴한 가격으로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 그릇에 2500~3000원인 국밥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나 푸짐한 인심은 배가 고픈 학생들에게 몇 번이나 더 담아주는 넉넉한 마음이 있는 곳으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재료도 좋은 것으로만 사용하고, 손님들에 대한 배려도 확실해 다녀온 누리꾼들이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남포동 건너편 선창가의 고등어구이집.
ⓒ 성하훈

싼가격에 넉넉한 인심으로 소문난 해운대 국밥집.
ⓒ 장은숙
  '20대 후반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하며 고생하던 시기. 일하면서 등록금도 벌어야 했지만 부산의 유혹만은 도무지 뿌리칠 수 없었다. 컵라면과 빵, 우유로 끼니를 대충 때우며 영화제를 보던 때, 값싸면서도 그런대로 맛도 괜찮은 집은 부산에서 찾는 새로운 이상향이었다. 서민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식당은 휘황찬란한 고급식당 비교될 수 없겠지만, 그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곳이었다. 충무동 육교 앞에 있던 2000원짜리 밥집은 질 좋은 음식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한 끼 때우기 유용한 집이었고, 어느 분식집에서 시킨 2000원자리 '해물라면'에 달랑 오징어 두 개만이 들어 있을 때는 그저 허탈한 웃음만이 날 뿐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팔던 1000원짜리 햄버거는 내게는 너무나 고마운 메뉴일 뿐이었으니, 골목골목을 헤매며 싼 음식점을 찾던 노력은 새록새록 솟아오는 부산영화제의 즐거운 추억이다.'
by Joe & Soohy 2007. 10. 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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