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15분 안에 6만 피트(약 18㎞) 상공에서 지면까지 달려갈 수 있는 사람.”
    “GE를 이끌다 보면 1년에 7~12번 정도 ‘시키는 대로 해’라고 얘기해야 할 때가 있다.”

    시가총액 세계 2위(약 4130억 달러), 연간 매출액만 약 16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의 재벌’ GE. 이 거대기업을 6년째 지휘하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간결한 숫자로 자신의 경영철학을 표현했다. 그에게 숫자는 자신과 회사가 나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위성항법장치(GPS)같은 구실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뭔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15분 안에 6만 피트 상공에서 지면까지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리더는 비즈니스를 위에서 내려다 보며 미래를 예측하면서, 동시에 바닥으로 내려와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임자인 잭 웰치와 달리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게 “언제 듣기 싫은 소리를 합니까”라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1년에 7~12번 정도 ‘시키는대로 해(You’re doing it my way)’라고 얘기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GE를 경영하면서 1년에 18번이나 이런 식으로 말하면 좋은 사람들이 떠날 테지만, 단 3번만 말한다면 회사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리더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며, 결코 민주주의적일 수만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멜트 회장이 이끄는 GE는 거친 바다를 항해해 왔다. 그는 9·11테러가 발생하기 나흘 전에 GE 선장직을 승계했다. 테러로 부서진 뉴욕은 재보험을 운영하는 GE에 6억달러의 손실을 안겼고, 엔론 스캔들, 닷컴 버블 붕괴가 뒤를 이었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불리는 이런 경영환경 속에서 그는 수익이 나더라도 전망이 없는 사업을 팔아치우고, 신흥시장·에너지·환경·의료·보안사업 등 미래성장 분야로 과감히 항로를 확대했다. 지난 6년간 GE의 이익은 매년 11%씩 늘었고, 2004년부터는 자체(organic) 매출도 연간 8% 이상씩 성장했다. 작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매년 ‘나이키’같은 규모의 회사를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편집광처럼 ‘성장’에 집착하고 있다. “항상 미래에 대해 편집증이 있을 정도로 신경 쓰죠. 회사가 높은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멜트 회장은 자신의 리더십을 잭 웰치 전 회장의 리더십과 비교할 때 불편해 했다. 현재 GE의 주가는 잭 웰치 시절의 전성기에 비해 30%가량 떨어져 있다. 주가에 민감한 월가는 이멜트 회장을 향해 “소비자금융과 방송(NBC유니버설)사업을 팔아치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그는 잭 웰치 시절의 급속한 팽창, 주식의 과대평가 등 부정적 유산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런 그를 놓고, 뉴욕타임스는 “(잭 웰치를 비난하기엔) 너무 현명(smart)하거나 충성스럽다”고 평가했다.

    이멜트 회장과의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친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됐다. 그는 질문마다 솔직하고 자세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으나, 잭 웰치 전 회장과 관련된 물음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샌드위치’ 상황에 빠진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기술력으로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할 것”을 주문했고, 정부에 대해서는 “전 세계 대통령들과 총리들은 자국의 경쟁력 향상을 책임지는 ‘경쟁력 담당 최고책임자(CCO·Chief Competitiveness Officer)’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조언했다. 다음은 이멜트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항상 성장에 대해 고민한다

    ―취임하신 지 6년이 됐습니다. 취임 첫해에는 ‘속도’를 강조하셨는데, 올해 경영의 중점 분야는 무엇입니까?

    “올해는 지난 5년간과 마찬가지로 계속 투자해서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GE는 믿을 수 있는 성장 기업입니다. GE는 지난 25년 동안 매년 11%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지속적으로 투자했고,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31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인상할 수 있었습니다. GE는 미래를 위해 투자했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겁니다. GE는 가치 있는 선도적인 사업(leadership business)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인프라 투자, 성장하는 신흥 시장, 환경 문제, 인구 고령화와 인구 증가, 디지털화의 가속, 엄청난 유동성 등 새로운 흐름을 잘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죠. GE가 보유한 자체(organic) 성장 능력과 철저한 재무 실행력으로 무장된 강력한 경영진들이 매일 매일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GE 회장으로서 가장 큰 걱정은 무엇입니까?

    “회사의 성장에 대해 항상 생각합니다. 회사를 계속해서 전진시키기 위해, 다음 개발할 제품이 무엇인지, 어떤 나라에 투자해야 할지를 항상 생각해야만 합니다. 현재에 마냥 머물러있거나, 만족할 수 없습니다. 항상 미래에 대해 편집증이 있을 정도로 생각하고, 회사가 높은 수준의 성장을 추진하고,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신경 씁니다.”

  • ■나이키 만한 회사 매년 만드는 셈

    ―취임 후에 GE의 연간 자체 매출 성장률(organic growth rate·M&A등을 통하지 않은 기업의 자생적 성장률)이 평균 4%에서 8%로 올랐습니다. 8%는 어떻게 해서 결정된 것입니까? GE의 사업규모를 생각해보면 이 수치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GE의 핵심 방침은 세계 GDP 성장률 보다 2~3배 더 높은 자체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2006년에 163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것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는 나이키와 같은 규모의 회사를 매년 설립하는 것과 같은 수준입니다. 우리는 2004년부터 자체매출 성장률에 집중, 기존의 성장률 4%를 뛰어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GE는 2004년 이후 11분기 동안 8%를 넘는 자체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작년의 매출 성장률은 11%였고, 자체 매출 성장률은 8%였습니다. 동종 업계보다 약 2배나 높은 기록이죠.”

    ―하지만 높은 성장을 지속하려면 아무래도 거대한 규모가 부담이 되지 않나요.

    “기업의 규모에 대한 GE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GE는 규모를 이용해 사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시키고자 합니다. 사업의 깊이, 폭 그리고 강점도 잘 활용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성장의 주요 요소인 기술, 고객 가치, 탁월한 영업 및 마케팅 능력, 세계화와 혁신에 접목시키고 있죠. 자체 성장을 예측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강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이러한 규모를 활용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절대로 규모가 약점이 되게 내버려 둬선 안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규모가 큰 기업들은 느리고 둔감하며, 작은 기업만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면, 기업의 크기를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GE플라스틱과는 인연이 깊은데, 이 사업부를 매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GE플라스틱은 이멜트 회장이 이 곳의 판매 대표로 일하면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고, 잭 웰치 전 회장과 이멜트 회장이 모두 경영수업을 받은 유서 깊은 곳이다. 하지만 GE는 지난 5월 이 플라스틱부문을 116억달러에 매각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현명한 매각과 투자를 통해 GE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성장, 하이테크 사업으로 전환해왔습니다. 이번 매각은 이런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이번 매각은 GE 주주들을 위해 최적의 시기에 이뤄진 최적의 조치였습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입찰에서 존경 받는 글로벌 기업인 사빅(SABIC)으로부터 좋은 가격을 제안 받았죠. 이익금은 자사주 매입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보강 작업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사빅의 저렴한 원재료 확보와 GE플라스틱의 훌륭한 마케팅과 기술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이 합쳐져 플라스틱 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양손잡이 리더십’을 강조하셨습니다. 성장과 코스트 관리를 동시에 달성하는 게 어렵지만 중요하다고 말이죠. 그런데 결국 두 부분이 서로 상충하는 것인가요? 이러한 리더십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습니까?

    “훌륭한 위기관리, 코스트관리, 탁월한 생산성 등 위대한 강점을 가진 회사를 제가 물려받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강점을 잘 지켜나가면서, GE가 부족했던 부분인 성장에 기반한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전세계 수많은 기업 중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은 별로 없습니다. ‘양손잡이 리더십’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지 않죠.”

    ■리더가 늘 민주적일 필요는 없다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입니까?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사업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동시에 내부에서도 볼 수 있는 균형잡인 안목입니다. 훌륭한 리더는 15분 안에 6만 피트 높이의 위치에서 지면까지 달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고위 경영진들을 지원하는 일 만큼이나,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일반 직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제공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리더가 구름 속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고, 땅에서만 있으면 미래를 예견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입니다.”

    ―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입니까?

    “훌륭한 리더는 훌륭한 리더를 선택하는 방법을 압니다. 사람들을 배려하고 참여시키며 격려하는 것 자체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재를 어떻게 참여시키고 인재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시간의 3분의 1을 사람들을 평가하고 지도하며 참여시키는 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리더로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습니까?

    “회장으로 취임한 첫 해는 난관이 많았습니다. 2001년 취임 나흘 뒤에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것을 포함해 세 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9·11 테러 사건 후에 바로 ‘엔론 스캔들’이 터졌고, 곧이어 ‘닷컴 버블’이 붕괴했습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GE의 보험사업부는 6억 달러 상당의 타격을 입었고, 항공기 엔진 사업부의 실적은 심각하게 감소했습니다. 이미 부진했던 경제에는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심화되었죠.

    이런 시기에 유연하면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며 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특정 투자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신경쓰기 십상인데, 저는 좋은 시기든 나쁜 시기든 미래를 향해 계속 투자하자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9·11테러 사건 이후 특히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훌륭한 리더는 항상 공세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때 농구선수로 활약하면서 성격이 괄괄한 코치에게 조용히 다가가, “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시죠”라고 조언해 팀이 좋은 경기를 펼친 일화가 유명합니다. 평상시에도 이런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시는 편입니까?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는지요?

    (이멜트 회장은 키가 195㎝로 고교시절엔 농구선수, 대학에선 풋볼선수로 활약했다.)

    “GE를 경영하면서 일년에 7~12번 정도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해’라고 얘기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18번이나 이렇게 말한다면 좋은 사람들이 떠날 겁니다. 그런데 만약 귀하가 3번만 이렇게 말한다면, 회사는 무너지게 됩니다. 리더는 자기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결코 민주주의적일 수만은 없습니다. 결정에 대해서는 분명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경영철학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인재평가, 사업 운영, 성장, 지배구조 및 커뮤니케이션 등에 시간을 알맞게 배분하는 데 아주 철저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 ■기업의 성과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생각한다

    ―회장님은 개인 시간의 20%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생각하고 재건하는 데 투자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십니까?

    (이멜트 회장은 1982년 하버드MBA를 졸업한 뒤, 당시 월급이 많아 인기있던 모건스탠리로부터 입사제안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GE를 선택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큰 일을 해보고 많은 사람을 이끌고 가기 위해 GE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GE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기업 성과와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전구, 엑스레이, 미국 최초의 제트 엔진 및 TV 방송 등의 발명품은 모두 단순히 재무적인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기업과 사회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논리는 GE의 변함없는 기업이념입니다. 기업의 기회와 책임은 전보다 커졌으며, 기업의 대응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큰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자질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파급 효과, 내부 자원을 보유한 위대한(great) 기업이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좋은(good) 기업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업의 진정한 영향력과 성공은 이익을 뛰어넘는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GE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더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욕구가 늘어남에 따라, GE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역량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런 GE의 노력이 바로 ‘에코메지네이션(eco+imagi nation)’ 시책입니다.”

    ―GE의 경영방식은 빠른 성장, 인재 경영, 과감한 혁신, 그리고 6시그마와 같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 등으로 항상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GE의 행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GE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글로벌하고, 더 혁신적이며, 더 고객 중심적인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GE는 현재 저성장, 높은 변동성, 늘어난 규제 환경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켜 본 지난 5년이 그러했으며, 앞으로 5년 및 20년 동안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GE는 연구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신제품들을 더욱 많이 출시했습니다. GE는 소유권이 있는 핵심 기술, 이를 테면 환경기술, 고효율 에너지기술, 보안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에 더욱 집중했죠. 현재 50% 이상의 매출이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며, 미국 외 지역에서 50%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현재 연간 20~2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분야별로 옮겨 다니는 ‘테마형 리더’는 필요 없다

    ―GE는 하위 직원 10%를 해고하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방해한다는 일부 비판도 있는데요.

    “우리의 목표는 직원들의 개발과 성장을 돕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교육에 매년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는 리더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동료들과 대비해 자신들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솔직하게 전달합니다. 아주 투명하고 공개적인 시스템으로 GE에서 잘 운용되고 있죠.”

    ―GE는 팀 내 협력을 강조한 ‘리더십 혁신 및 성장’ 교육 방법을 새로 도입했죠.

    “인재양성은 GE의 오랜 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승진을 하면서 회사가 너무 개인의 리더십 특성만 강조하고 협동에 대해 충분히 개발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협동정신을 기르는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스킬(skill)을 교육하는 것으로 시작해 유망한 리더의 성과를 평가하고 결국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을 보유한 인재들을 승진시킵니다. 그러나 투자와 성과 창출의 문화를 만드는 핵심은 ‘팀 스포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GE는 ‘리더십 혁신 성장(Leadership Innovation and Growth·LIG)’이라는 팀 훈련과정을 개발했죠. 분야별로 옮겨 다니는 ‘테마형 리더’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GE의 보상 및 승진 계획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것은 장기적인 헌신입니다. GE는 LIG의 효과를 믿습니다. 임원 교육의 3분의 1을 ‘팀 베이스’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GE는 높은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을 선호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신흥시장에서 ‘원 스톱’ 전략 구사

    ―GE는 신흥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죠. 신흥 시장을 공략하는 데 어떤 전략을 사용하시나요?

    “빠른 성장을 위해 중국, 인도 및 중동과 같은 신흥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가장 큰 도전은 이렇게 새로운 기회가 있는 지역들에서 모든 기회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GE는 2000년 신흥시장에서 10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현재 매출은 290억 달러 상당이며, 2010년까지 5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GE는 ‘com pany to country (한 나라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한 회사가 제공)’ 전략을 바탕으로 신흥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헬스케어 시설을 세울 때, GE의 모든 사업부에 이익이 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중국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면, 상당한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에서 살아 남고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신흥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전입니다. 중국은 국가와 관련된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탄탄한 구조의 정부, 높은 추진력,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투자, 그리고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산층 등이 특징입니다. 현재 중국의 30대는 한국이나 독일, 미국의 30대와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들은 상당한 교육 수준과 기업가 정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연간 10%의 성장률을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에서의 투자 분야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변함없는 분야여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헬스케어와 인프라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포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 서비스 시장에 있어서는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금융 시장은 앞으로 5~10년 동안은 상당히 변덕스러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갖춰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한국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GE는 성장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GE에게는 모든 시장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훌륭한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어왔습니다. 한국 경제 성장과 더불어 GE 역시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GE는 대한항공과 포스코 그리고 현대, 삼성 및 LG와 아주 훌륭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물론 항상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 관계에 매우 만족하는 편입니다.”

    ―글로벌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의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입니까? 한국이 가장 투자를 많이 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합니까?

    “한국은 최근에 많은 진전을 이뤄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선의 여지는 항상 존재하며, 그 중 하나가 시장을 지금보다 더 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과 체결한 FTA를 긍정적으로 보며, FTA가 홍콩과 같은 다른 아시아 시장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산업과 분야에 투자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및 환경기술과 같은 산업이 현재 중요한 분야로, 장기적인 성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영 투명성이 더욱 개선되면 지속적인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며, 한국 기업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또 한국 정치, 기업 및 산업 전반에서 변화를 주도할 리더들은 글로벌 마인드와 함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시장은 성장을 멈췄고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한때 연간 8%의 성장률을 보였던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과거의 성공이 현재와 미래의 이익을 꼭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성장 엔진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GE는 인구통계 변화, 신흥시장의 성장, 디지털화의 가능성, 인프라 및 환경 기술 등 오늘의 주요 성장 트렌드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합니다. GE는 지난 5년간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에 투자해왔습니다. 한국도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이러한 핵심역량에 투자하도록 지도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찾는 것입니다. 한국은 어떤 산업 분야에 집중해야 하며, 성장을 이루어내야 할까요?

    “한국은 자신의 장점을 이해하고 살려서 해당 기술을 찾아 개발해야 합니다. 한국은 현대, 삼성, LG와 같이 선도적인 기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은 기술에 투자하고 세계화를 받아 들였으며 다양한 산업에 걸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래 트렌드를 잘 포착하고 이에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핵심은 경쟁력입니다. 대부분의 정부들이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대통령들과 총리들은 자국의 경쟁력 향상을 책임지는 ‘경쟁력 담당 최고책임자(Chief Competitiveness Officer)’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선정하고, 그 분야와 관련된 교육, 과학 그리고 인프라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는 글로벌 게임입니다. 각국은 이 게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최종 승자의 자리는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국가가 차지할 것입니다.”


  • 웰치는 전제군주형 이멜트는 솔선수범형
    - 너무 다른 두 사람 잭 웰치와 이멜트

    나지홍 경제부 기자 jhra@chosun.com

    ‘잭 웰치가 지명한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 회장에게는 숙명처럼 잭 웰치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를 이끌었던 ‘경영의 전설’ 잭 웰치는 이멜트 회장의 큰 후광(後光)이었던 동시에 언젠가 넘어야 하는 거대한 벽이었다. 이멜트는 2001년 9월 7일 취임회견에서 “내 임무는 잭을 따르는 것(to follow Jack)이 아니라 GE를 이끄는 것”이라며 “잭과의 비교는 불가피하겠지만, 내가 회사를 잘 이끌면 그같은 관심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멜트는 원래 ‘준비된 CEO’로 불렸다. 웰치가 짜놓은 치밀한 후보자 검증프로그램에서 22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웰치가 6년간의 검증 끝에 이멜트에 내린 결론은 “전략적 사고와 첨단기술에 대한 충분한 이해,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경영자”였다.

    하지만 실전(實戰)에서의 검증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취임 후 4일 만에 터진 9·11테러와 엔론·월드콤 등 분식회계사건으로 인한 미국 증시의 폭락은 그가 경영자로 홀로 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무대였다. 2000년 60달러대였던 GE의 주가는 2002년 23달러까지 추락했고, 1993년부터 계속된 두 자릿수 성장도 2002년에 멈췄다.

    이멜트는 잭 웰치 회장의 유산(遺産)을 계승해야 할 자산과 극복해야 할 부채로 나누고 차분하게 차별화 행보에 나섰다. 이멜트가 웰치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은 M&A를 통한 성장전략과 하위 직원 10%를 해고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인사시스템 등이다.

    반면 이멜트는 바이오·환경·에너지 등 미래 성장산업 중심으로의 사업구조개편과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시장 진출 등 크게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웰치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잭 웰치가 회장이 되던 1981년에는 GE 임원 600명 중 여권없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이멜트 시대의 GE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GE는 2010년까지 신흥시장의 매출비중을 15%에서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USA투데이지(紙)는 웰치에 대해 “저돌적이고(brash), 성급하고(impetuous), 거칠고(abrasive), 공격적(feisty)”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이멜트에 대해서는 “느긋하고(easygoing), 친근하고(friendly), 꾸미지 않은 카리스마(natural charisma)의 소유자”라고 썼다. 이같은 성격차는 두 사람의 리더십 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제군주형 리더였던 잭 웰치에 비해 이멜트는 솔선수범(lead by example)형 리더로 부하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유도한다.

    재무를 중시했던 웰치와 달리 이멜트는 마케팅을 강조한다. 그는 “GE의 최고관리자는 위대한 운영자(operator)에 머물지 않고 위대한 마케터(marketer)를 지향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선언했다.

    이멜트는 일선관리자들을 만날 때 38년간 GE에 근무했던 아버지 얘기를 종종 한다. “아버지는 누가 GE의 CEO인지 한번도 말씀하시지 않았다. 오직 당신의 직속상사가 누구인지만 말씀하셨다. GE를 이끄는 것은 여러분 같은 일선 관리자들이다.”


    주가 불만에 ‘공룡논란’까지
    - GE를 둘러싼 비판과 의문

    김덕한 산업부 기자 ducky@chosun.com

    1878년 발명왕 에디슨이 설립한 GE는 미국인의 자존심이다. 우리식 표현대로라면 ‘국민기업’이라 할만하다. 오너(owner)도 없다. 최대주주라고 해봐야 캐피털 리서치&매니지먼트, 바클레이스투자(Barclays Global Investors) 등이 각각 3.7%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 고르게 분산돼 있다.

    GE는 미국 기업의 ‘위대한 성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30년 역사 동안 시가 총액 세계 2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매년 10% 이상의 성장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1896년 다우 존스(Dow Jones) 산업지수가 처음 발표됐을 때 선정됐던 12개 우량기업 중에서 지금껏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GE의 부침(浮沈)과 미국 경제의 부침은 곧바로 맞닿아 있다. 단적인 예로 비(非)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s) 사태가 미국을 강타하자 올 1분기 GE는 이로 인해 5억 달러 상당의 손해를 봤다. ‘주식회사 미국’의 건강성을 나타내주는 척도라 불릴 정도니 늘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GE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GE 주가(株價)의 향방은 항상 논쟁거리다. 전임자 잭 웰치에 비해 다소 유연하고 합리적인 행보를 보이는 제프리 이멜트 회장의 GE는 환경론자나 직원들에게는 다소 개선된 이미지를 심어줄지 모르지만 월스트리트의 투자가들은 냉정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잭 웰치 재임 말년이었던 2000년 GE 주가는 60달러 대였지만 이멜트가 취임한 이후엔 주가가 2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40달러를 회복한 지금도 성에 차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주가에 대한 불만은 GE의 방대한 사업구조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전구램프 메이커로 시작한 GE는 가전제품을 비롯해 엔진, 발전설비, 금융서비스, 통신서비스, 동력전달 및 제어장치, 모터, 운송기기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NBC 유니버설을 인수해,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어린이에서부터 가정주부, 엔지니어, 기업CEO들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공룡’을 계속 이대로 끌고 가야 하나라는 의문은 늘 제기된다. 큰 덩치 때문에 제대로 회사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한다든지, 더 성장할 수 있는 여력까지 날려버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4대 방송 채널 중 주요 시간대에서 4등에 머물고 있는 NBC나 연 10%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부문이 주된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JP모건의 GE담당 애널리스트인 스티브 투사(Steve Tusa)는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소비자금융은 다른 사업부문들과의 시너지 효과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멜트 회장은 GE의 축전기·변압기 공장이 1940년대 중반부터 금지법안이 제정되던 1977년까지 발암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 60만을 허드슨강에 투기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강 준설비용 5억 달러를 감당하기로 했다. 에너지 효율성·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도 두 배 이상 늘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자 기사에서 “이멜트가 자신의 지위와 회사를 둘러싼 논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GE 주가가 당장 60달러를 회복할 때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by Joe & Soohy 2007. 9. 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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