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괴물.
감독이 괴물영화의 새로운 지평이라고 자부했다는 그 말.
상업적인 면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적인 측면에서는 대단히 공감한다.
왜 이 영화가 가치가 있는가, 왜 이 영화를 극찬하는가를 알고 싶다면,
영화에 대해서 약간은 공부를 해보는것이 좋을 듯 싶다.

일반적인 괴수영화는 인간을 파괴하려는 괴수와, 그것을 막으려는 인간의 구도로 진행된다.
이런 진행상에서 영웅이 등장하고, 세계는 몇 사람으로 인해 구해지는 결말을 낳기도 한다.

어디선가 들었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으로 만드는 감독이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성향을 반영한다고 말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괴물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돈, 언론, 미국의 영웅심리, 이익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 이 이하로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으면 한다 =====================

미군기지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방유된다. 극독극성 물질. 그것도 수백병이 한강으로 뱡류된다.
단지 그것이 편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들지 않기때문에, 자행된다.
수 많은 한국, 수도 한강의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한강 처럼 넓게 생각하라구' 라는 미군 군의관의 말은 늘 그런 주한미군과 한국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아마도 근래 환경청에서 실시한 미군부대 오염실태를 통한 뉴스가 더 와닿기까지 하다.

수년 뒤, 이 독극성 물질에 의해 한강에는 돌연변이 괴물이 등장한다.
이 돌연변이 괴물을 맞아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친다. 특히 강두(송강호)와 미군병사는 직접 싸우기까지 한다. 뉴스에서는 바이러스 생물체일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강두를 격리한다.
가족들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는 그 시각, 괴물에게 잡혀가서 죽은 줄로 알았던 강두의 딸 현서에게서 전화가온다.
가족들은 현서가 살아있다기에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고, 4명의 가족은 지명수배자가 된다.
강두와 함께 싸웠다고 말했던 미군병사는 영웅으로 추앙받는데 너무나 대조적이게 말이다...
군경 모두 괴물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바이러스에 확산을 막는 데에만 급급한다.
방역하는 사람들이 실종되고, 사람들이 잡혀서 사라져가도 그 누구도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사망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재산을 털어 골동 무기와 지도를 사서 현서를 찾아 나서는 가족들...
그들을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진실이 있지만 들으려하지 않는 사람들.

방역차를 몰고 오염지역에 들어가는 그 순간에도,
금전을 요구하는 담당자.
심각한 상황에도 인심을 잃고 단지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본다.

대학 선배라고 철썩같이 믿고 도움을 구한 선배조차도, 현상금을 위해 경찰에게 넘겨버린다.
세상은 그들에게 물질만능주의가 몰고간 어두운 세상을 보여준다.

결국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기에, 스스로 도망치려는 현서.
"누나가 나가서 군인이고 경찰이고 다 데리고 올께.."
그 말이 이상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나뿐이 아니였을것이다.

남일(박해일)이 화염병을 만들며 현서를 구하러 갈때,
부랑자에게 돈을 주며 다 가져가라고 할 때,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어!" 라고 말하며 아무런 이득없이 그들을 도와준 사람.

모두가 외면할때, 그들을 도와준 사람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연고도 없는 그런 약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일 뿐이다.

마지막까지 괴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고 데모하는 사람들.
진짜 중요한 것도 모르고, 그저 목적을 위해, 자신들의 원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리치는 군중들.
그리고 뒤에서 다가오는 괴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였을까.

마지막 겨울 한강의 매점에서
총 한자루를 들고 바깥을 살피며,
아이와 라면을 먹으며 뉴스를 꺼버리는 장면에서,
결국 자신을 지키는 것, 소시민의 삶을 지키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일이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친다.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세상을 조종하고, 통제하고, 이익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아니라면, 약자에게도 너무도 냉정해질 수 있음을 말한다.


내가 놓친 부분도 많겠지만,
이 영화는 괴수영화이면서, 괴수가 중심이 아니였던 영화이기에 가치가 있다.
아마도 그런 점에서는 세계 영화사(그 중에서도 괴수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평점: ★★★★☆
by Joe & Soohy 2006. 7. 27. 22:57
by Joe & Soohy 2006. 7. 6. 20:09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