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간 공무원… “조직이 정보공유… 기업문화에 놀라”
[조선일보 2007-03-12 09:39]    

공무원과 삼성맨, 7개월 맞바꿔 근무해보니… 경기도 간 삼성맨… “첨단산업 유치한다며 서류뭉치 들고다녀”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상무 신광식(44)씨와 경기도 투자유치자문관(국장급) 이태목(46)씨. 7개월 전만 해도 신씨는 공무원(경기도 문화관광국장·3급), 이씨는 ‘삼성맨’(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홍보그룹장·부장)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2년 기한으로 ‘민관(民官) 교차근무’를 하고 있다.신씨는 삼성에서 인사, 환경안전, 홍보, 외국 VIP 영접, 공공부문 협력 방안 제시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 이씨는 경기도에서 투자유치지원, 프로젝트개발, 도정 혁신, 산업정책 수립, 기업 창구 역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신씨는 “30대 사무관 때 왔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이씨는 “경기도 공무원들이 기업 마인드를 도입하려는 의지가 강해 쉽게 친해지고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뭘 느꼈을까?

“지난해 총 매출 77조원, 직원 16만 명의 거대조직 삼성전자를 떠받치는 힘은 정보·지식의 공유에 있다고 봅니다. 파트별로 경험과 정보를 축적해 공유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금세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생기죠.”

신씨는 “공조직의 경우 타 부서의 업무는 모를 때가 많고, 정보 공유도 잘 안 된다”며 “칸막이 행정이 비효율의 극치라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또 “부서만 바뀌어도 교육을 시키는 삼성의 인재경영을 보면서 관료 사회의 경쟁력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18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발령이 나는 데로 옮겨 다녔던 일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진다”고 털어놓았다. 신씨는 “기업은 아무리 호황이라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 늘 생존본능을 갖고 있다”며 “공조직은 이런 걸 배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투자유치를 예로 들며 공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첨단기업을 유치하려는 사람들이 서류뭉치를 들고 다니는 일은 기업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적어도 PDA와 노트북 등이 동원돼 현장에서 입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하고, 내 주장이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마케팅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도 경기도에 와서 배운 게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 있을 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요구만 해왔는데, 공조직에 와서 일하면서 보니 지원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기업은 단순히 항구를 이용하면 되지만, 공조직은 항구가 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온갖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두 사람과 일문 일답

경기도 투자유치자문관으로 간 삼성맨 이태목씨

-경기도에서 하는 일은

“투자유치자문관(국장급)이다. 투자유치지원, 프로젝트개발, 경기도정 혁신, 경기도 산업정책 수립 등에 자문을 한다. 산업정책 수립의 경우 그간 공무원들이 했는데 진짜 이게 맞는 건지, 기업입장에서 생각해서 의견을 낸다

-지자체의 투자 유치자문을 해보니 어떤가

“투자유치는 영업마인드에서 나와야한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듣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것이 영업마인드다. 홍보자료 그런 식으로 바꿔 나가는 중이고, 각종 동영상과 마케팅 자료를 준비중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투자유치를 많이 했고 잘한다고도 한다.

“경기도 공무원들 우수하다. 그러나 공조직이기 때문에 민간기업과 다른 점도 많다. 이를 테면 첨단산업을 유치하러 가서 종이서류뭉치를 들고 다니는 건 민간기업에선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PDA나 노트북을 꺼내 그 자리에서 입체적인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첨단 산업 투자유치 가서 종이 뭉치 들고 만나면 신뢰도 떨어지게 된다.”

-직접 해외나 나가기도 했나

“그간 일본 2번, 동남아 2번(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다녀왔다. 특히 동남아는 우리 기업이 동남아로 많이 가는데 왜 가는지, 동남아 가면 어떻게 해주는지를 알아 보러 다녀왔다.

-투자유치 말고 다른 일도 하나

“민원전화 콜센터 구축, 공공디자인 심의, 감사 시스템 조언 등 각종 요청 들어온다. 삼성에서 왔다니까 경기도청 여기저기서 삼성의 노하우를 배우자고 부른다. 하지만 디자인 같은 것은 내 전공도 아니고, 잘 모르겠는 부분은 외부 전문가들을 연결시켜 준다. 감사시스템의 경우 기업에서는 경영감사와 부정감사가 있는데, 부정에 포커스 맞추면 기업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경영감사에 촛점을 둔다고 조언해 줬다.

-지자체 외자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에 있을 때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왜 하나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이번에 경기도 와서 큰틀의 사고를 배웠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국내 경쟁력이 높이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다. 기술발전을 위해서라도 외국기업이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유치에 가장 큰 제한이 있다면

“땅값과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투자유치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경쟁력에도 땅값과 규제는 큰 문제다

-경기도에서 배운 것도 있나

“많다. 기업의 시각만 가지고 보니까. 지자체나 정부에 대해 잘 몰랐다. 평택항부터 광교테크노밸리, 파주LCD까지 다 돌아 다녔다. 보름을 돌아다니면서 도정 전반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항구가 단순히 물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기능이 있다는 것, 정책적 판단과 절차가 있어야 항구가 돌아 간다는 것은 기업에 있을 땐 모르던 일이다”

-공무원들관 어떤가

.“몇달 있는 것이 아니고 2년 계획을 왔으니 동화 될 수 밖에 없다. 6개월 넘다보니 맘을 열게되고 이젠 많이 친해졌다.”

-앞으로 계획은

“수소에너지, 테마파크, 대형예술단, 광교신도시 첨단 기업 유치 등 나름대로 외자유치 프로젝트를 정했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그간 명함만 1300장을 돌리며 열심히 뛰었다. 이같은 대형프로젝트들은 금방 효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길을 잘 닦아 두면 언젠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상무로 간 공무원 신광식씨

-삼성 근무 지원동기는

“18년차 공직생활 하는 동안 민간분야도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행정 수요자의 입장에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하는 일은

“수원지원센터에서 인사, 환경안전, 홍보의전. 인프라 공공부문 협력 방안 제시 등을 맡고 있다. 외국 VIP도 영접도 가고 경영전략회의 그룹별 교육, 임원교육 등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근무 해보니 삼성은 어떤 조직인가

“삼성이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영철학, 인재경영 관련 시스템, 네트워킹 등에 놀랐다. 삼성전자 지난해 총매출은 77조, 직원은 16만명이다. 이처럼 방대한 조직을 횡적으로 통합시키고 연계시키는 것은 단순한 지휘체계로만 되지 않는다.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게 중요하다.

-공조직과 삼성을 비교하자면

“지자체 민원의 경우에도 단순 업무는 없다. 1개 실국 이상이 연관돼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칸막이 행정으론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풀수가 없다. 삼성은 정보,지식 네트워크가 잘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중복과잉투자가 생길 것이다. 정보, 지식, 노하우 등의 공유가 평상시에 잘 되니 특정사안 발생하면 즉각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칸막이 행정은 비효율의 극치다. 삼성의 인재경영도 공조직이 배울 점이다. 경기도청의 경쟁력이 곧 경기도의 경쟁력이다. 관료들의 경쟁력이 곧 지역의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우리 공조직의 인재경영 시스템은 너무 빈약하다.”

-공조직이 기업에서 배워야 할 점은

“기업은 벌기위해 쓰고, 공조직은 쓰기 위해 번다. 기업은 다 돈버는 조직인데, 국가는 돈버는 조직이 국세청 등 일부 뿐이다. 그러니 공조직은 비용의 개념이 잘 없어. 기업은 항상 망할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그러니 기업은 생존본능이 있고 리더십에 조직이 동화된다. 공조직은 기업의 위기의식과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

-삼성 사람들이 어떻게 보나

“개인적으로는 사무관 때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바닥부터 배울수 있는데. 삼성 사람들은 날 보고 ‘용감하다’고 한다. 국장씩 됐는데 과감하게 기업엘 와서 배우고 있으니.”

-앞으로 경기도로 복귀하게 될텐데

“프로근성을 가져야겠다. 프로와 아마추어 공무원 구분되는 시기가 왔다. 프로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요하다. 일을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빠르고 늦고가 아니라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차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마케팅 행정을 펴 보겠다. 세금내는 사람위해 일해보겠다. 그게 마케팅 행정이다. 소비자를 위한 기업경영처럼 말이다.”




[글(수원)=배한진기자 bhj@chosun.com]


[사진=김용국기자 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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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7. 3. 1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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