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삼성전자, 왜 위기인가
[머니투데이 2007-03-12 16:58]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반도체 등 주력 제품 이익률 추락..작년 이익 달성이 올해 목표]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매출액 58조원, 영업이익 12조원, 순이익 11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5년 삼성전자 전략회의에서는 '위기' 이야기가 나왔다. 그만큼 삼성전자에서 '위기'는 상시적인 화두다.

'위기'에 익숙(?)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지만 이건희 회장이 지난 9일 "심각한 상황이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5~6년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는 발언에 또한번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적한 부분들은 이미 여러차례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인만큼 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위기..어느 정도이길래=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던 2004년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약 20%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21%에서 12%로 추락했다. 순이익도 내리막(26.5% 감소)이긴 마찬가지다. 더 많이 팔았지만 이익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주요 사업부의 상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불안한 상황은 더욱 뚜렷해진다. 2004년 41%에 달했던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6%로 떨어졌고 LCD(22%→6%), 통신(15%→10%)도 모두 하향세다. 디지털미디어와 생활가전은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익률의 추락과 함께 우려되는 대목은 바로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62%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73%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을 받치는 기둥의 하중은 반도체로 더 몰리는데 기둥의 두께(반도체 영업이익률)는 오히려 얇아지는 상황인 셈이다.

◆올해도 상황 반전 쉽지 않다..작년 수준 순익 달성이 목표= 이같은 상황은 올해도 큰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8% 늘어난 6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7.9조)을 달성하는게 목표다. 사실상 이익 성장률 0%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가격의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물론 하반기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올해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 이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이미 지난해 4/4분기에 대만업체에 추월당한 상황이다. 원가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한때 세계 1위를 넘보던 휴대폰 시장은 오히려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IT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삼성전자의 전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이 2005년 12.6%에서 지난해 11.6%로 낮아졌고 올해도 0.1%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4년간 적자상태인 생활가전 분야의 반전을 꿰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현대증권 김장완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은 엄살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꾸준한 투자의 과실을 따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던 2004년과 비교해 본다면 현재의 상황이 명확해진다"며 "삼성전자가 급격히 쇠락하지는 않겠지만 2~3년내 새로운 마켓을 창출해야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형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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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7. 3. 12.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