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네티즌 사로잡은 광고 동영상, 그 뒷얘기는?
[온라인비] 네티즌 열광한 '키스까지 배달합니다' 광고 동영상 제작자는 '자랑스런 한국인'
2007년 01월 23일 (화) 00:50:27 온라인비 ( media@mediatoday.co.kr)

   
  ▲ 해외 UCC사이트에 올라 전 세계 네티즌들의 극찬을 받은 광고 동영상의 '키스배달' 장면. ©OnlineBee (동영상 캡춰)  
 
(서울=OnlineBee) 이승은 기자=해외 인기 UCC 사이트들에 올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의 극찬을 받았던 광고 동영상. <온라인비(OnlineBee)>가 18일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화제를 일으켰던 이 광고 동영상의 제작자가 밝혀졌다.
 
예상대로 광고 동영상은 순수 ‘한국산.’ 그러나 ‘아마추어’의 작품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천재적인’ 광고 동영상의 기본 아이디어는 작년 1월경, 서울 소재 한 유명 광고기획사인 A기획에서 탄생했다. 당시 이 광고의 제작 책임자였던 서용민 부장은 22일 <온라인비(OnlineBee)>와의 전화통화에서, “본래 광고 기획사에서는 수시로 아이디어 회의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이용해 현업과 상관없는 ‘사내 공모용’ 광고를 제작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이번에 화제가 된 광고 동영상 역시 이러한 ‘내부적 이벤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운송회사의 서비스를 소재로 아이디어를 짜내던 당시 제작팀은 기존의 운송회사 광고가 주로 배달하는 물건의 사이즈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점, 즉 ‘아무리 큰 물건도 배달해 준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이를 벗어난 ‘감성적’ 접근을 시도했다. 서용민 부장은 “ ‘정말 불가능할 것 같은 것도 배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당시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결국, 제작팀은 ‘마음’이라는 개념을 생각해 냈고, 마음을 형상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키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
 
네티즌의 눈을 사로잡으며 ‘감동’을 준 카피 문구, “뭐든지 배달합니다(We deliver whatever)”는 이 광고의 의도를 살려 서용민 부장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 네티즌들의 탄성을 자아낸 기발한 카피문구. ©OnlineBee (동영상 캡춰)  
 
화제가 된 동영상에서는 다 설명되지 않았지만, 키스를 ‘배달’하고 ‘배달’ 받은 두 남녀는 연인 사이로 말다툼 이후 키스를 배달함으로써 화해를 시도한다는 전후 사정이 깔려 있다는 것이 서용민 부장의 설명이다. 광고 중에 나오는 적나라한 키스 장면 때문에 국내 방송용으로 제작했다면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지적에, 서용민 부장은 “국내 방송용이었다면 키스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는 등, 직접적인 묘사를 피하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탄생한 ‘천재적인’ 광고 컨셉은 서용민 부장과 입사 동기로 친분이 있던 이재진 감독에게 전해졌고, 이재진 감독과 당시 그가 소속되어 있던 프로덕션은 이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담당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이재진 감독은 <온라인비(OnlineBee)>와의 인터뷰에서, “광고를 제작하면서 키스까지 배달해 준다는 메시지 외에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평범한 남녀가 연애할 때 느끼는 ‘마음 설레는 사랑’에 공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광고의 초반부에서는, 여인이 택배원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의 입술만 바라보는 등, 택배원과 여인 사이에 묘한 관계가 부각되도록 묘사했는데,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후 전개될 상황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 하게 되는 극적인 반전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전반적인 색감에서는 동양적인 톤을 기본으로 하되, 영상화법에 있어서는 글로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한, 사무실 안에서 두 남자가 키스하는 상황에서는 효과음과 손 동작을 이용,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위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연인의 사랑스러운 숨결이 전달되는 느낌으로 여운을 남기는 것이 포인트였다고 한다.

이번 광고에 출연한 세 명의 배우들은 모두 신인으로, 오디션을 거쳐 가장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사람들로 선발했다. 두 남자 배우의 키스 장면을 촬영할 당시 어려움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재진 감독은 “처음에는 매우 쑥스러워 했지만, 두 사람 다 연기에 열정을 가진 배우들이어서 이내 잘 몰입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배우들의 대사는 들리지 않고 배경음악만 부각됐던 이유에 대해서는, “시각적 정보만으로도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기 때문에, 굳이 대사를 들리게 해서 현실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관찰자’의 시점을 유지하게 하려던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 키스를 '배달'받은 등장인물이 한글로 배달확인 서명을 하고 있다. ©OnlineBee (동영상 캡춰)  
 
자신의 작품이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것에 대해 이 감독은 “해외 UCC사이트에 이 동영상이 올라있는 것은 몰랐다”면서, “좋은 반응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진 감독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실력파로, 대표작으로는 최근에 방영된 파크랜드(장동건, 박상원 출연), 금연 캠페인, 우체국 예금보험, 하이카 광고 등이 있다. 모두 한 마디 설명만 들으면 “아, 그 광고!”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낯익은 광고들. 특히, 금연캠페인은 2006년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올 1월부터 아프리카 픽쳐스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으며, 현재 CF감독과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이 광고 동영상은 광고에 관심이 많은 국내 네티즌들의 블로그나 카페 등을 중심으로 인터넷 상에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는 상태다. 항간에서는 이 광고가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페스티발(New York Festival) 본선 진출작이라는 설도 떠돌고 있는데, 서용민 부장은 이에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사내 공모용 광고들 중 좋은 작품이 다른 광고제에 출품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다만, 자신은 ‘화제’의 광고 제작을 마친 후 퇴사했기 때문에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by Joe & Soohy 2007. 1. 28.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