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으로 입사, 성실로 임원된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전하는 `핵심인재 비결`
다시 취업의 계절이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취업난 시대에 취직만 할 수 있다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을 듯싶다.

그럼 취업에만 성공하면 만사형통인가? 물론 취업 직후에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내 학생시절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도의 무한경쟁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CEO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입사했지만 CEO는커녕 임원이 되는 것도 버겁게 느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왕 뽑은 칼을 그냥 넣을 수야 있나. 적어도 임원까지는 되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마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이 같은 길을 그대로 걸어가고 있을 터다.

매경이코노미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마련한 ‘2006 제4회 HR-프론티어 인사세미나’에 참석한 각 기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취업성공과 임원되기 비결’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취업성공과 임원되기의 꿈을 꾸며 오늘도 칼날을 갈고 있을 수많은 예비 샐러리맨과 샐러리맨에게 이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 1. 취업 성공전략 ■

취업 준비생이 성공의 길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가장 큰 관문은 바로 면접이다.

무려 88%의 인사담당자가 ‘신입사원 선발 시 면접을 가장 중시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비하면 자기소개서(7%), 대학 이름과 성적(3%), 입사시험 성적(2%)은 수치상으로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다.

면접을 통해 일부나마 엿볼 수 있는 인성을 제외하고, 취업 당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은 무엇일까? 외국어 능력도 아니요, 각종 자격증도 아니요, 대학 성적도 아니다.

인턴 등 관련분야 경력이 제일 중요하다.

‘인턴 등 관련분야 경력에 최고 가중치를 둔다’고 답한 비율은 69%에 달했다.

반면 ‘외국어 능력’을 꼽은 비율은 7%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성적(17%)보다도 못한 수치다.

‘외국어는 기본이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외국어는 잘 못해도 크게 상관없다’는 의미일까? 사실 외국어 실력은 입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임원이 되기 위해서도 필수 조건은 아니다.

현직 임원들에게 ‘외국어 실력이 임원이 되고 못 되고를 좌지우지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봤더니 100이면 100 모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플러스 요인이 됨은 물론이다.

겉으로는 ‘외국어 실력이 꼭 좋아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스스로는 ‘사내 영어시험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고 고백한 임원이 상당수임은 돌이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또 외국어 실력이 좋으면 현지 지사에서 근무하거나 해외영업 관련 업무를 맡게 될 확률이 높다.

두 분야 모두 승진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부서라는 점에서 어학실력의 영향력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결국 글로벌 시대에 뛰어난 외국어 실력은 곧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한편 입사 지원생이 가장 공을 들여 준비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일 터다.

자기소개서가 취업에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까? 최종 당락에 약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에 겨우 13%만이 동그라미표를 던졌다.

‘약간 영향을 미친다’가 72%. ‘전혀 아니다’라고 얘기한 담당자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자기소개서가 절대적은 아니고, 약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기소개서를 대하는 담당자들 태도에서도 반추해볼 수 있다.

‘꼼꼼히 읽어 본다’가 56%로 가장 많았지만, ‘대강 훑어 본다’고 한 경우도 41%나 됐다.

심지어 ‘읽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는 응답률도 3%나 나왔다.

  ■ 2. 핵심인재가 되는 길 ■

인재전쟁의 시대다.

각 기업체마다 핵심인재를 키우고, 내부에 없으면 외부에서라도 데려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결국 핵심인재로 인정을 받는 것은 임원은 물론 CEO로 가는 중간단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인재 모두가 임원이나 CEO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임원이나 CEO가 되는 사람 중 핵심인재가 아닌 사람이 없음을 감안하면 ‘핵심인재 되기는 임원되기의 필수조건’이라 해도 될 듯싶다.

우선 회사가 원하는 핵심인재상은 과연 무엇일까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형(39%)’과 ‘성실한 노력가형(38%)’이 백중지세다.

‘성실한 노력가형’이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1명의 천재(핵심인재)가 1000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는 세간의 인식에 비춰봤을 때 다소 의아스럽기도 하다.

‘성실한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긴 하지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어감을 주지는 않지 않는가.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성실이 최고의 무기’라고 평하는 데 조금도 인색하지 않다.

결국 ‘뛰어난 능력은 열심히 발로 뛰는 성실성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무작정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그렇게 만들어낸 새로운 트렌드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인정을 받아 결국 임원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이건 결코 개인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어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히 시장을 뛰어다니고 수많은 책을 읽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 김진 LG전자 상무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핵심인재 관리와 관련 인사담당자들은 ‘교육(41%)’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핵심인재 이탈 방지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등 성과보상체계(23%)’보다 ‘비전 제시(47%)’가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3. 임원되기 3단계 작전 ■

1단계는 ‘입사 1년 안에 승부내기’다.

인사담당자들은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해당 사원이 향후 사내에서 성공할 인물일지 아닐지가 1년 이내에 판가름이 난다는 얘기다.

무려 72%가 ‘당장은 아니지만 1년쯤 함께 생활해보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20%는 ‘신입사원을 척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잘 모르겠다’는 답은 8%에 불과했다.

아직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관련 이강행 한국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은 “대리, 과장 시절인 3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차장, 부장 또 그 이후 인생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회사에서 일반사원 일은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사담당자 눈으로 보면 다 보입니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회사 일은 어떻게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지요. 특히 임원이 되고 싶다면 행동 하나 하나에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성실성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임원 재목의 떡잎’으로 인정받고 또 실제로 임원까지 될 수 있을 것인가. 재미있는 사실은 회사가 원하는 임원상과 실제로 임원이 되는 사람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회사가 원하는 임원상은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형’이다.

47%의 지지를 얻었다.

‘성실한 노력가형(28%)’ ‘회사와의 신의를 지키는 충성가형(18%)’ ‘원만한 대인관계형(7%)’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제로 임원이 되는 경우는 ‘성실한 노력가형’이 49%로 1위를 차지했다.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형’에 한 표를 던진 담당자는 26%에 불과했다.

결국 ‘성실하게 전문성을 쌓는다면’ 임원으로 가는 길은 따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실제 임원이 된 사람들도 인정하는 바다.

매경이코노미는 현직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임원되기의 필수 요건’이란 주제의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성실함’은 임원이 되기 위한 필요 조건에서 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자질을 인정받아 임원이 됐다’는 항목에서는 2위로 올라섰다.

언제부터인가 ‘성실함’이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오히려 성실한 사람은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의 부적응자처럼 느껴지기 다반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사람들의 가치관이 급변하면서 ‘성실’이라는 단어의 빛이 급속도로 퇴색해버렸다.

하긴 아무리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살아봤자 안정적인 노후조차 보장이 안 되는 시대니 어쩔 수 없는 시대 변화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점차 느끼지 못해가고 있음에도 ‘성실’은 직장생활에서는 여전히 최고로 가치 있는 항목 중 하나다.

뭐니뭐니해도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성공하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을런지도 모른다.

[김소연 기자 / 김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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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11. 4.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