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6-07-16 11:15]    

[한겨레] 알칼리수 소주 ‘처음처럼’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2월7일 론칭한 이후 4개월 여 만에 업소 대상 점유율이 서울 및 수도권 25%, 전국 8.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처럼 이전에 판매했던 산(山) 소주가 서울 및 수도권 7.7&, 전국 5.4%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성장한 것이다. 처음처럼은 7월10일 쯤엔 출시 5개월 만에 1억병을 돌파하며, 전국 점유율 10%를 달성할 전망이다. 당초 예상은 올 연말쯤이나 가능한 수치였다.

현재 두산은 올 연말까지 전국 15%, 수도권에선 25%까지로 시장점유율 목표수치를 다시 설정했다. 도대체 이 소주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김일영 두산주류BG 마케팅 상무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성공비결1. 소주의 78%는 물, 물을 바꿔라!

“소비자가 마셔야 할 이유가 분명하고, 유통회사가 팔아야 할 이유가 분명한 술입니다.”

김일영 상무는 처음처럼의 성공 이유에 대해 짧지만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로 입을 열었다. 이 술은 이미 알려진 대로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이 대장암으로 고생하던 시절, 접했던 알칼리수에서 시작됐다. 암을 치료한 이후 한 사장은 두산에 들어왔고, ‘알칼리수로 소주를 만든다’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냈다.

김 상무 역시 이미 집에서 알칼리수를 마시고 있어서 금방 아이디어에 동의했지만, 정작 힘들었던 것은 광고대행사 등 에이전시를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모두 “그게 성공하겠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아이디어는 성공했다.

김 상무는 일반 물을 알칼리수로 환원해주는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알아봤지만, 아무데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국내엔 가정용은 있었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산업용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일본 기린 맥주에서 후지산 물을 알칼리수로 환원해 술을 만든다는 정보를 입수, 관련 기기를 구비하게 됐다. 소주는 78%의 물과 20%의 알콜, 2%의 감미료로 구성된다. 처음처럼의 제작과정은 대관령 청정수를 알칼리수로 환원해 소주를 만든 것이다.

성공비결2. 목 넘김 좋은 부드러운 맛, 숙취 적어

“알칼리수 환원 기기를 설치한 이후 10여 종 이상의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 버리는 일을 몇 개월이나 하다가 겨우 지금의 ‘처음처럼’이 탄생한 것이죠.”

당시 힘들었던 순간이 생각나는 듯, 김 상무는 잠시 생각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는 시제품을 만들어 맛과 느낌 등을 소비자 조사를 통해 확인해보고 아니면 버리는 일을 3~4개월이나 했다. 경쟁제품인 진로의 참이슬과 비교했을 때, 나은 점이 없으면 가차 없이 버렸다. 빨리 신제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대충대충 만들 수는 없었다.

현재 이 술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목 넘김이 좋은 부드러운 맛” “알칼리수로 만들어 산성안주와 잘 어울린다” “술 마신 다음날 뒤끝이 좋다”는 것이다. 알칼리수로 환원하면 물 분자가 작아져 술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이런 소문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현재 서울 강남 업소의 경우 어떤 곳에서는 40~5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됐다. 기업이 아무리 제품을 띄우려고 애를 써도 결국 제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호응은 ‘소비자들의 몫’이란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성공비결3. 2535세대, 트렌드를 잡아라!

“지난해 8월, 신제품 마케팅 기획단계에서 처음처럼의 타깃은 2535세대로 잡았습니다. 기존의 소주가 30대인 것에 비하면 연령층을 좀 젊게 잡은 것이죠.”

이유는 간단했다. 유행은 젊은 세대에서부터 번지는 법이다. 20대가 마시는 술은 40~50대까지 폭넓게 애용하지만, 반대의 경우 20대는 ‘나이 든 분들이 마시는 술’이란 인식 때문에 다른 것을 찾기 마련이다. 술은 이제 단순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즐기는 것이란 개념이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

진로 참이슬이 나온 이후 지난 7~8년 간 소주시장의 참이슬 점유율은 80% 이상이었다. 하지만 어떤 업종에서도 단일제품이 인기를 오랫동안 독식하기는 힘든 법이다. 김 상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이슬 아니면 다른 술은 죽어도 마시지 않는다”는 일명 ‘로열 소비자층’은 전체 참이슬 소비자들 가운데 20% 정도였다. 이 수치는 몇 년 동안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처음으로 8.7% 떨어진 11.3%였고, 이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한다.

성공비결4.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어라!

“산 소주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배웠죠. 영업 및 마케팅 직원들이 이를 토대로 열심히 뛰었습니다.”김 상무는 처음처럼이 출시되면서 산 소주의 생산 및 판매는 접었다고 했다. 강원도의 경우 아직도 찾는 사람들이 있어 일부 판매되는 것 외에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 산을 만날 수는 없다. 산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지만, 이를 토대로 배운 것은 많았다. 영업사원들이 프로모션 및 판매에 대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 1년 전부터, 두산의 영업사원들은 강남역, 여의도 등 서울 및 수도권 중점 상권을 위주로 사전 영업을 했다. 각 업소들의 설거지에 궂은일까지 마다않고 친밀도를 높였고, 신제품이 나올 경우에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안정된 영업 기반 하에 처음처럼이 나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소주의 인기 때문인지 요즘 영업사원들은 신이 나서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먼저 알아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접고, 새로운 것으로 정면승부를 던지는 게 제대로 통했던 것이다.

성공비결5. 독특한 프로모션은 기본

“소주는 TV 광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처럼 출시 당시부터 독특한 프로모션을 기획해 화제를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소주 업계 최초로 실시한 새로운 프로모션들이 많습니다.”

김 상무는 처음처럼의 마지막 성공비결로 ‘독특한 프로모션’을 꼽았다.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처음돌이’라는 캐릭터를 도입해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서울 강남, 종로, 대학로, 신촌 및 수도권 등의 지하철역, 유흥점 등을 돌아다니며 홍보를 했다. 선거 유세를 패러디한 카퍼레이드 행사를 펼치는 등 펀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저 술이 뭐지?”하는 궁금증을 유발, 신제품의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또한 ‘올챙이송’을 패러디한 브랜드 송을 휴대폰 컬러링으로 제작한 것도 주효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2년제 이상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처음처럼 대학생 마케팅/PR공모전’을 열었다. 마케팅 및 PR 부문의 제안서를 각각 50장씩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서 내면, 입상작을 골라 대상 및 입상자에게는 장학금 500만원, 200만원 상당의 알칼리 환원수기, 인턴사원의 기회 등을 준다. 행사 내용을 보기 위해 온라인 홈페이지(www.soju.co.kr) 접속률도 이전에 비해 몇 배 이상 늘었고 문의전화(02-742-0887)도 많이 온다. 벌써부터 하루에 30~40명의 학생들이 신청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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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7. 16. 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