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CoverStory] 호감 비호감 한·끗·차·이
[중앙일보 2006-09-15 06:50]    

[중앙일보 홍주연.권혁재]

내 이름은 박재상. 남들은 나를 '싸이(psy)'라고 부르지. '싸이코'를 줄여 만든 이 이름은 내가 생각해도 참 잘 지었어. 2001년 '새'라는 노래를 들고 나와 단숨에 떴거든. '양아치''날라리' '엽기가수'…. 별소리를 다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 그게 나거든. 그게 바로 싸이거든. 그런데 말이지, 요즘 사람들의 눈길이 달라졌어. 백발 성성한 노인이 콘서트에서 춤을 추고, 40대 아줌마들이 단체로 사인을 받아가. 장동건.정우성도 아닌 내가 정유.자동차 광고에도 출연했어. 남들은 또 얘기해. '비호감'이 뜬다고, 싸이가 세상을 잘 만났다고. 한번 들어볼래. 내가 정말 '비호감'인지 '호감'인지, 아니면 그냥 나는 나인지.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광고회사 제일기획의 이유신 국장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명 '비호감(호감의 반대를 뜻하는 신조어)' 모델들이 광고계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작한 '에스오일' 광고는 비(非)호감 모델인 가수 싸이를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국장은 "세상이 변해도 한참 변했다"고 말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명 패션모델을 기용하려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요즘은 광고주들이 먼저 비호감 모델을 찾는다. 인지도가 올라가고 소비자들도 친근감을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비호감 전성시대다. TV.인터넷이 온통 비호감을 외친다. 비호감으로 떴다는 개그맨이 라디오 진행자 자리를 꿰차고, 인터넷에선 '붐빠둠빠 두비두밥'으로 반복되는 '비호감송'이 화제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광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탤런트 현영, 영화배우 오달수 등이 광고 여러 편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호감 신드롬'은 이제 일상에서도 흔해졌다. 중학생 김모(14)양은 "친구들은 선생님도 호감.비호감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31)씨는 소개팅에 나갔다가 옷차림 때문에 상대 여성에게 '딱지'를 맞았다. 그는 "날이 추워 소매 안에 손을 넣었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비호감이었다고 하더라"며 "무엇이 호감이고 무엇이 비호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호감.비호감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인상 ▶목소리 ▶제스처 ▶표정 ▶태도 ▶유머 ▶옷차림 등을 든다. 심리학자에 따르면 호감.비호감은 본능적인 자기 보호 반응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실험 결과 대다수의 사람은 아이 얼굴에 호감을 느꼈다. 힘이 없는 아이는 자신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꼭 예쁘고 잘생겨야 호감을 얻는 것도 아니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주선희 교수는 "사람들은 눈이 맑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얼굴뿐 아니라 유머 있는 말솜씨와 단정한 자세도 호감지수를 높인다. 이에 비해 피부에 탄력이 없고 목소리가 힘이 없으면 비호감에 속한다. 긍정적인 기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옷차림도 호감지수에 영향을 준다. 최희승 스타일리스트는 "여자는 지나치게 섹시한 차림, 남자는 체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상대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장은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면을 고집하는 사람이 비호감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가 힘을 받게 된 건 사회가 다양해진 때문

그렇다면 대중문화에서 비호감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회사 웰콤의 이상진 국장은 "'비호감'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연예인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호감'으로 바꾼 이들"이라고 분석했다. 가수 싸이도 그렇다. 2001년 데뷔 뒤 한동안 '엽기가수'로 불리며 안티팬들의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군복무 중 가수 이승기.렉시의 노래를 작곡하고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연령.성별을 넘어서는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됐다. 싸이는 "가수의 본분인 음악을 열심히 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며 "외모로 호감.비호감을 나누는 것은 외모 지상주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탤런트 현영은 데뷔 초 특이한 목소리로 '비호감' 대열에 올랐다. 그런 그가 성형 사실, 실제 나이를 솔직히 밝히는 등 탁 트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자 대중의 호감도 또한 훌쩍 올라갔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연구원은 "대중문화에서 비호감은 개성의 또 다른 표현"이라며 "개성 강한 캐릭터가 힘을 받는다는 건 사회가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계가 아닌 일상사에서도 비호감이 늘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 의미에서의 호감.비호감은 분명 존재한다. 다행스러운 일은 대인 관계에서 절대적 '비호감'은 없다는 것이다. 황상민 교수는 "호감.비호감을 고정된 속성이라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호감 여부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성격이 반대인 상대에게 끌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슷한 상대만 좋아하는 사람 또한 많은 것이 그 한 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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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9. 1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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