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억력이 좋지않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메모지에 적어놔도 어느 메모지에 적어놨는지 찾아야 할때도 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가 싶어
메모없이 계속 읊으면서 걸어가면
어느새 뭘 읊고있는거지 하는 순간 잊어버린다.

학교다닐때, 단어라던지 역사라던지 이런걸 외우는 것이 수월했다면
지금쯤 다른 학문의 영역을 걷고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학교 공부가 늘 어렵고 힘든건, 평소에 공부를해도 시험때까지 그 기억력이 지속되지 않음에 있다.

사람들이 경영을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에 무난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경영학과를 가려다 경영정보로 온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경쟁력이 있고, 흥미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경영에 비해 경영정보학이 변화의 빠르기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기억하기전에, 돌아보기전에 다른 걸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걱정이다.
학문의 길을 밟고자 한 이상,
과거의 학문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의견을 담아둘 수 있어야 하는데,
공부하는 그 순간이 지나가면 뭘 배웠는지 안개처럼 사라져간다.
지식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날이 온다면,
내 머리속에는 무엇이 남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창의력 중시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며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 아니 그제 새벽에 통신공부를 하면서
고등학교때 배운 많은 수학식들을 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 내 손이 너무 많이 멈춰버린다.
그런 계산 방법이 맞는지 이론적으로 계속 검증해야했다.
수학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진건 근래들어 처음인 것 같다.

언젠가 내가 경영정보학의 대가가 된다면
아주 기초적인 학업에 대해 멈칫할 때
얼마만큼 마음이 무거워질까......
그게 두렵다.

잘 외우는 사람. 그리고 잘 기억해내는 사람.
왜 같은 인간인데 난 저러지 못할까..하며 부러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내게도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난 능력이 있겠지만,
나에게 부러워 할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억에 대한 모든 것이 부럽다.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보면,
(내가 그 영화를 좋아하는 건, 나의 기억력도 손예진 만큼이나 나쁘다는 것 때문일까...)
사랑하는 사람까지 잊어버리곤 한다.
물론 그건 알츠하이머라는 불치병이지만...

'기억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지는거래' 라는 구절이 너무 와닿는다.
내 기억이 사라지면, 내 영혼도 사라지는걸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 소중한 추억들, 나의 삶..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슬퍼할수도 없지 않는가.

세상을 보는 그대로 머리에 채워넣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내가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받고 싶은 이유.
가끔은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이유.
그건 모두 이런 맥락에서이다.

내 최대의 안타까운 행동양식은
친하지 않을 사람은 애정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왜냐하면,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상대방이 상처받을까봐 그게 두려운 것이다.

새로운 친구도,
새로운 사랑도,
섣불리 만들 수 없는 건,
그래서일지도......
by Joe & Soohy 2006. 10. 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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