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수업 안들으면 취업 어려워" 수강 경쟁치열 '골칫거리'
[스포츠조선 2007-03-21 14:01]    
'경영학과 쏠림현상'

캠퍼스 골칫거리로…

복수전공 희망자 급증 … 수강 신청 경쟁 치열

'경영학 인증제' 도입 대비 수강인원 제한도 한몫

◇ 한국외대 캠퍼스에 총학생회 명의의 '경영학부 수강신청 사태를 마무리하며 드리는 글'이 게시되어 있다.

<김성혜 명예기자>

 광고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채우선씨(23ㆍ여)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채씨는 이번 학기에 복수전공인 경영학 과목 12학점을 계획했지만 3학점 밖에 신청하지 못했다. 경영학 복수전공 희망자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딜 가나 '자리싸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씨는 "졸업할 때까지 학점을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매년 각 대학마다 경영학 복수전공 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또 대학들이 '경영학 인증제'(경영대가 갖추어야 할 표준을 정해놓고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경영대에 인증서를 주는 제도) 도입에 대비해 수강인원을 제한하면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경영학 과목을 신청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광운대 정승표씨(25ㆍ남)는 "요즘 상경계열 과목이 인기여서 수강신청 기간부터 난리다. 경영학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남들이 다 하니까 안 할 수 없어서 하는 학생들도 많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 때문에 진도가 느려지고 전문용어를 일일이 풀어서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담당 교수와 경영 전공생들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어문학 전공이 많은 학교 특성상 제2전공, 부전공은 필수로 여겨진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영어, 중국어 등 다른 언어를 제2전공으로 택했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경영으로 바꾸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경영학 수업을 안 들으면 취업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팽배하다. 2007년 2월 수강신청 당시 경영학부 재학생은 544명인데 반해 제2전공자가 745명, 부전공자가 578명이었다. 여기에 이중전공과 자유전공자 260명까지 고려하면 '경영학에 발을 걸친 학생'은 약 2000명에 이른다.

 복수전공 선택이 자유로운 서강대는 '경영학 복수전공 인원 제한' 여부를 놓고 홈페이지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영학 복수전공 인원의 제한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복수전공 허용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게시판 아이디 'KJ'는 '3학년 2학기인데 필수과목 신청도 안 되고, 추가 신청도 안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다른 과 분들한테는 좀 죄송하지만 경영1전공 학생으로서 불만이 생기네요. 물론 복수전공 학생의 잘못이 아니라 학교의 잘못이겠죠'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경영학 복수전공 과열 양상은 신입생들에게도 극심한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한양대 인문학부 신입생 김모군은 "만나는 선배들마다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지 않으면 취업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아직 제 1전공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흐름을 따라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강대 취업지원팀 유희석 팀장은 "기업들이 상경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 자체를 선호하는게 아니라 전공 특성상 자주 하게 되는 프리젠테이션이, 팀프로젝트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성에 맞지도 않는 무분별한 경영학 복수전공이 취업난을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손지은(서강대) tnt0819@daum 김성혜(한국외대) 명예기자 hema0629@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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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7. 3. 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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