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뛰어든다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10-20 04:25 | 최종수정 2007-10-20 06:11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표재용] 삼성이 기업 인수합병(M&A)에 다시 뛰어든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1994년 미국 PC 회사인 AST를 인수한 뒤 10여 년 만이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18일 "계열사별로 가동 중인 '신수종(新樹種) 사업 태스크포스(TF)'에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차세대 사업 발굴과 더불어 국내외 유망 기업의 M&A를 적극 추진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휴대전화.조선 외에 우리나라를 5~10년 먹여 살릴 미래 사업을 찾기 위해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 이외에 M&A를 통한 외부 수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창조 경영'과 미래 경쟁력 확보 전략에 따라 계열사마다 차세대 유망 사업을 모색.발굴하는 TF를 6월 구성해 운영해 왔다.

또 이달 안에 회사별 TF와 별도로 그룹 전략기획실에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을 팀장으로 하는 신수종 TF팀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임원급 3명, 간부급 6~7명 등 10명 안팎의 조직을 만들어 새 사업 발굴과 M&A를 더욱 폭넓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미래 위해 꺼낸 M&A 전략=삼성이 M&A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내부 동력만으론 성장에 한계를 느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 AST 인수 후 그 회사의 핵심 연구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등 쓴맛을 봤다. 이후 삼성은 M&A를 기피하고 '자체 성장 전략'에 매달려 왔다. 2000년대 이후 국내외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매년 조(兆) 단위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M&A로 피를 섞는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뛰어난 인재와 풍부한 자금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삼성의 이런 전략은 3~4년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2004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주춤하고 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룹 전체의 외형 성장도 제자리걸음 양상을 보이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서구 기업은 물론이고 히타치.도시바 등 M&A에 소극적이던 일본 기업들마저 공격적 짝짓기로 덩치 키우기에 나서 삼성을 자극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강원 수석연구원은 "근래 국가 간 산업 판도까지 바꾸는 초대형 M&A가 붐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그룹 전략기획실에 별도 팀을 두려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M&A의 큰 그림을 그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별로 M&A 대상을 물색하되 그룹 비전과 미래경쟁력 제고에 부합하는지를 '관제탑'에서 살피겠다는 것이다.

어떤 업체가 물망에 오를까.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전문 회사를, 삼성 금융 관계사들은 국내외 금융사를,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중공업.에너지 업체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런 분야 가운데 ▶원천 기술이 뛰어나고 ▶노사 관계가 원만한 기업이 우선 관심 대상에 들지 않을까 관측된다.

표재용 기자

by Joe & Soohy 2007. 10. 20.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