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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연세대학교 경영정보학과 0283025 박성조

이 작품은 계절학기 영화 관람 중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다. 패러디도 많이 되었고, 부모님들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말씀하셨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논하는 글의 주방향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과도기적 배경에 대한 고찰과, 공간구성 등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의 몸을 바친 열연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뮤지컬을 보러 가 본적도 없는 사람이 이 영화 때문에 뮤지컬을 즐겁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들의 노력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혹자는 이 영화를 빌어 ‘신의 영역에 다가간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두 번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과도기라는 상황 설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27년 영화 ‘재즈 싱어’는 유성 영화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워너브라더스’는 메이저 영화사가 되고, 유성 영화는 침체된 할리우드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많은 변화들이 있다.
1) 배우의 교체
무성영화시절에는 외모와 연기력이 영화 연기자의 큰 자질 중에 하나였다. 스타는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야 했고, 이를 스크린에서 반영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성영화는 이 조건에 발성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 영화상의 비극의 주인공 리나도 목소리 하나로 자신의 입지를 버려야만했다. 영화사도 그 동안 키워온 스타를 잃게 된다는 점에서 좋은 일만은 아니었겠지만, 할리우드 시장 논리에서는 관객의 입장이 더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2) 감독의 교체
영화감독은 카메라만 신경 쓰던 것과는 달리, 음향이라는 매체에 관한 지식을 가져야 했다. 마이크의 위치에 신경써야하고, 배우의 동선에 제약을 걸어야만 하는 당시 작업 현실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음향 기술자가 등장하기는 하였겠지만, 카메라로 직접 찍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하기에 중요한 자질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3) 대본
무성 영화에는 영화의 분위기만을 반영하면 되었을 것이다. 대본의 경우 스크린에 자막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에 서보면 시사회에서 “love, love, love……love"라는 존의 대사를 비아냥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대사가 영화의 느낌을 이어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대본 역시 그 만큼 크게 중요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수식어와 효과의 적절성 등은 영화 속에서 평가받게 되었다. 유성 영화 이후에는 영화의 명대사라는 것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 (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이나, ‘대부’의 “그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야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가 그것이다. 이런 대사 한 줄만 가지고도 영화를 느낄 수가 있다.
4) 세트의 교체
코스모가 세트를 배경으로 뮤지컬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세트 바로 옆의 또 다른 세트에서도 촬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무성 영화이니까 저렇게 찍으면 공간 활용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 만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였다. 유성 영화로 넘어 오면서는 소리가 영화에 들어가기 때문에 저런 세트 구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방음 시설도 이런 시설적 제약 때문에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은 영화이다. 영화 속 명장면으로 보이는 존이 'Singin' in the rain'을 부르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주변의 모든 것이 다 세트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놀랬다. 후에 알았지만, 검은 우산이나, 경찰관은 모자에 비치는 조명들을 보면서 그것이 세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롱 테이크로 찍어낸 뮤지컬은 결과적으로 영화 주인공들의 열연을 돋보이게 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탭댄스의 스텝과, 배우들의 표정․ 행동 연기, 무대와 어우러지는 동선. 그 모든 것이 작품이라고 밖에 말하기 힘들다. 이미 고인이 되신 ‘진 켈리(~1996)’와 ‘도널드 오코너(~2003)’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린다. 성급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렇게 기억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by Joe & Soohy 2006. 1. 9.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