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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Das Kabinett des Dr. Caligari]

연세대학교 경영정보학과 0283025 박성조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란 작품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표작이다. 표현주의 영화란, 현실을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영화의 사실주의를 뛰어넘어서,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을 추구하고자 했다. 카메라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주관적인 심리적 감정을 미장센을 통해 투영시켰다. 이 영화를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1. 조명
과장된 몸짓과 표정은 흑백영화의 산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조명을 통해서 인물의 보이는 행동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특히 그림자를 강조한 대조가 그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면, 조명을 사람의 정면에 설치했을 때와 머리 위쪽에 설치했을 때의 영상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고 했을 때 정면에서 보면 그 웃음 그대로 느낄 수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 그림자의 명암으로 인해서 인물이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고, 암울한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2. 배경
이 영화는 야외촬영이 없고, 대부분 세트 촬영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현실적인 공간이 아닌,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주관적인 관점이 개입되어 있다. 왜곡되어진 공간구성, 구불구불한 길, 약간은 불편해 보이는 소품들 모두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들이 이 영화를 보면 다른 것들보다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동감을 하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설명하셨다시피 할리우드적인 영화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 사람의 인지능력에 조금이라도 충격을 줄 만한 것들을 배재한다. 상업영화의 대부분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지, 왜곡된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들지를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크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배경이 영화의 일부로써 보여지기 보다는, 큰 그림 안에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3. 카메라
카메라는 제 3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에서 한 발짝 진보하여 인물의 심리상태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앵글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클로즈업을 통해서 인물의 심리상태를 강조하고, 비뚤어진 각도에서 찍은 영상은 무대와 인물 그리고 심리상태까지도 왜곡시켜버렸다. 자세한 명칭은 모르지만 초반부터 등장하는 포커스 인/아웃(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검은 테두리에 한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시키는 기법)도 영화를 따라가는데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인물의 심리상태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4. 음향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음향은 실제로 영화가 발표된 당시의 음향은 아니고 1990년대 작곡가 라이너 피헤틀베리가 배경 음악을 프리 재즈풍의 현대 음악으로 재녹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음향이 없었다면 극적 긴장감이라던지 몰입도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 각색된 음악도 시대의 차이는 있지만 그 간격을 넘어서 표현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듯이 영화에 녹아들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도 언급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나에게 각별한 느낌을 주는 것은, 기존에 내가 바라보던 영화라는 영역의 틀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요즘 영화들은 CG를 가지고 얘기를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이 얼마만큼의 현실성이 있는지, 제작비가 투입됐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지 영화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잘 풀어내었는지에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작품은 주인공, 배경, 조명, 소품 등 개별적인 것들에 대한 의미보다는 영화 그 자체의 의미를 최대한 이끌어내려고 했던 독일영화의 멋진 작품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좋은 영화를 접한다는 것은 정말 큰 기쁨이다.

by Joe & Soohy 2006. 1. 1.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