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입력방식 편해서…" 휴대폰 구매 변수되기도
[서울경제 2006-10-08 18:06]    
삼성전자-개인·KT-넷피아 이어 한글산업 법정공방도 갈수록 늘듯

이제는 한글로도 상당한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한글은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쟁요소로 자리잡았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그저 한글 입력방식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특정 휴대폰을 고집하기도 한다. 휴대폰을 구매할 때 한글 입력방식은 디자인ㆍ가격 등과 함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또한 인터넷에서 자신의 개성을 한껏 표현하기 위해 돈을 주고라도 색다른 글꼴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한글 산업이 성장하다 보니 각종 한글 관련 사업모델의 경제적 가치를 둘러싼 분쟁도 심화되는 추세다. 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 한글 입력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법적 공방은 단적인 예다. 한글 산업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런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문자 천국’ 비결은 한글=한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널리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자입력방식이 쉽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천지인ㆍ나랏글 등 대표적인 한글 입력방식은 모두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본떠 만들었다. 한글 휴대폰 자판은 ‘ㄱㆍㅋㆍㄲ’ 등 소릿값이 비슷한 글자들은 하나의 키에 배열하는 동시에 모음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단지 9개의 자판에 모든 글자를 배치했다. 이에 따라 문자를 입력하는 게 로마자 등 다른 외국문자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휴대폰 단문문자메시지서비스(SMS)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SMS 사용량은 SK텔레콤의 300억건을 비롯해 최소 600억건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불과 3년 사이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SMS 매출은 SK텔레콤 2,800억원, KTF 1,500억원, LG텔레콤 700억원 등 5,000억원에 달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SMS 요금인하 또는 무료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개인과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문자입력방식 때문이다.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대중화된 탓에 특정 회사의 휴대폰 문자입력방식에 익숙해지면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갈아타기가 어렵다.

◇인터넷 한글글꼴 수요 급증=인터넷 세상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바로 ‘인터넷 글꼴(웹 폰트)’이다.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가 발달하고 이동통신기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인터넷 글꼴 시장은 올해는 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글꼴이 많이 거래되는 싸이월드의 경우 매일 130여종에 달하는 한글 글꼴이 2만5,000개 가량 판매되고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한글이 과학적 독창성이나 뛰어난 디자인 등을 무기로 산업적인 가치를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KT-넷피아, ‘한글 전쟁’ 벌여=KT와 넷피아는 인터넷주소창에 입력되는 한글이 ‘주소냐 검색어냐’를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KT는 단지 한글이 인터넷주소가 아니라 하나의 검색어 기능인데도 넷피아가 특정 단어들을 상업화해 폐해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KT는 특정 인터넷 주소로 곧바로 이동하기보다는 검색결과를 고객들에 우선 보여주고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피아는 한글 인터넷주소를 통해 곧바로 이동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KT가 자사의 인터넷포털인 KTH를 한번 더 거치게 하겠다는 것은 자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법원은 지난 4일 넷피아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는 계속되지만 KT가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결국 한글 인터넷주소 서비스 문제가 다시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글을 인터넷주소창에 입력하는 경우는 하루에 2,000만건을 웃돌고 있으며 넷피아는 이를 통해 올 상반기에만도 2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권경희 기자 sunshine@sed.co.kr최광기자 chk011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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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 Soohy 2006. 10. 8.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