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 창출․공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실히 제공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문주호 한솔포렘 대표이사는 지식경영이 21세기를 헤쳐 갈 유일한 경영 패러다임임을 인식하고 올해 초 경영방침을 `지식경영의 실천'으로 정했다. 한솔포렘이 강조하는 지식경영의 요체는 `참여'와 `열린 경영'이다. 직원들의 노하우 하나하나를 최고경영자가 소중히 생각하고 기여한 사람에 대한 보상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실시한다면 지식공유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의 지식경영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식경영을 실시한다고 거액의 시스템을 들여오거나 새롭게 추진팀을 결성한 것도 아니다. 경영지원팀 2명의 인력과 사장의 강력한 추진의지를 원동력 삼아 구성원들의 지적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 기존 시스템을 지식 관점에서 활용

각종 가구용 목재를 생산하는 한솔포렘은 본사와 아산공장, 익산공장 등 3개 사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340명의 임직원 중 250명이 현장근무자다. 지식경영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각 사업장의 `쓸모있는 지식'을 공유하지 못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한쪽 공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현장에 적용해 성과를 높이고 있는 데도 다른쪽 공장에서는 이러한 지식이 있는지 조차 몰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것은 곧 손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간적 장벽에 의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아이디어 창고(Idea Warehouse)'다. 안충수 경영지원팀 과장은 "시스템 구축에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높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미 설치되어 있는 사내 근거리통신망을 보완해 지식공유시스템 구축에 대한 추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식경영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자칫 저지르기 쉬운 실수중의 하나가 지식공유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먼저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시스템만 구축하면 지식경영이 저절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다. 한솔포렘은 기존 시스템을 활용,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는 물론 각종 교육보고서, 연구회 활동, 품질분임조 활동, OJT자료, 대내외 경영정보 등을 등록해 언제 어디서든 공유할 수 있도록 지식창고인 `아이디어 창고'를 구축했다. 현재 6000여건의 아이디어가 등록되어 있는 상태다. `아이디어 창고'는 △신규사업 △신제품개발 △신기술개발 △품질개선 △업무개선 등 14 개의 디렉토리로 나뉘어 있다. 구성원들은 각각의 주제에 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창고 관리자는 올라온 지식이 유용한 지식인지, 적당한 디렉토리에 입력되었는지를 점검한다. 기존의 업무 노하우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안과 아이디어도 수시로 제시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신규사업, 신제품개발과 관련된 새로운 제안은 이사회를 거쳐 타당성과 실효성 유무를 결정한 후 일선에 곧바로 반영할 지를 결정하고 있다. 지식경영을 시작하자 각 공장의 현장에 달라진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장의 생산성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다른쪽 사업장의 수준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되다보니 서로 경쟁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선의의 `지식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연구논문제 실시

한솔포렘 사내에는 `당신의 지식이 초일류 회사를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다. 이 포스터는 `사내연구논문제'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한솔포렘은 지식경영을 도입하면 사원들의 지식창출 활동을 돕고 개개인의 핵심역량을 높이기 위해 매년 연구논문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내 연구회나 품질분임조 등 단체의 참여도 가능하며 최우수논문 수상자에게는 200만원의 상금과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올 11월 중 논문발표가 있을 예정인데 벌써 50여편, 단체 참가를 감안하면 135명(전임직원의 40% 수준)의 사원이 참가신청을 했을 정도로 `지식창출'의 열기는 뜨겁다. `스팀 에너지 절감'`목재와 절삭기구의 상관관계 및 개선점'`폐수처리 비용 절감' 등 주제도 다양하고 생산현장과 직결되는 내용도 많다. 정기준 경영지원팀 대리는 "학습과 연구풍토를 조성하고 업무에 대한 이론적 재무장을 위해 이러한 연구논문제를 시행하게 됐다"며 "여기서 채택된 논문은 경영정책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성과 및 향후계획

한솔포렘도 IMF 강풍에 예외일 수는 없었다. IMF 위기를 맞은 97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월평균 공장가동률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상여금이 500%나 삭감되는 등 직원 사기도 적지 않게 저하됐다. 지식경영 도입을 선언한 올해 초부터는 상황이 반전됐다. 올 1/4분기 와 2/4분기에 경영목표를 각각 110%씩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경기가 회복되는 등의 대외적 여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무엇 보다 지식경영을 촉매로 해 사내 구성원들의 마인드가 적극적으로 바뀐게 이러한 성과 달성의 핵심 요인인 것 같다"고 안충수 과장은 말했다. 지식경영을 통해 사내 전체가 활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솔포렘의 지식경영은 전담직원 2명이라는 적은 인원을 투입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식경영 추진기업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지식경영은 전담직원이 아니라 전 조직원의 참여에 의해 이루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보완해나갈 점도 없지 않다. 현재 사용하는 아이디어 창고에는 검색기능이 없다. 또한 등록한 지 1달이 지난 지식은 자동 삭제된다는 단점이 있다. 향후에는 이러한 단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룹웨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사원들의 지식경영 마인드와 업무 지식을 강화하기 위해 올 하 반기부터 사내교육을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평가보상 체계도 보다 세분화해 인사고과와 보상에 정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by Joe & Soohy 2005. 12. 13.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