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는 질문을 해본다.
'SKT가 10년 뒤에도 시장 1위일까?'

아마 반년 전쯤이면 Yes라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럼 어디냐고? KT다.

사실 10년까지 보고 싶지도 않았다. 5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011' 프리미엄에 대한 변수는 어떻게 계산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아마도 '011' 사용자들은 영원히 011을 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근래 KT의 행보가 무선데이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는 정책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건 의미하는바가 크다.
미래의 10년은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조그마한 스크린에서 펼쳐지게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어쩌면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되었거나, 모바일과 일반 웹 플렛폼으로 병행되어 구현되는 사이트가 70%를 넘어서게 될지도 모를일이다.

더욱이 이 시류와 맞물려 '아이폰'을 필두로 한 외산 휴대폰의 도입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더이상 통신사가 제조사를 누르는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다.
KT가 그걸 수용하겠느냐 싶지만, 지금의 전략을 보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KT가 가야할 길은
이름 그대로 통신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극대화 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기에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는 어떤 방법이라도 강구하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제조사들의 글로벌적인 파워가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의미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SKT의 행보는 어떠한가.
그들은 시장 지배자적인 생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건 매우 당연하고 옳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정말 그럴까?
SK가 과거 Sky처럼 자사의 휴대폰을 W라는 브랜드로 런칭한다고 했을때
KT와 전혀 상반된 행보에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SKT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휴대폰과 자신이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고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너무나 또렸하게 그려가기 시작했다.
KT는 트래픽을 극대화해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지만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물론 무선통신 사업에서 말이다.
두 업체가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사들의 고스팩의 검증된 모델을 가져왔을때 어느쪽에서 더 높은 호환성을 보이게 될까. 그리고 호환성은 그 기계의 사용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얼마만큼의 만족을 가져오게 할 것인가.
SKT도 KT가 하는 것을 보고 아니다 싶으면 따라가면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SKT가 따라가려고 할 그 시점에 인프라는 과연 KT를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일까.

2G에서의 SKT는 황금주파수를 이용한 통화품질의 우위가 있었지만
3G로 오면서 KT에게 밀리고 있다.
3G가 나왔을 초기에 잡지에서 본 기억에 따르면 2G시절에 SKT는 송신탑을 멀리 띄워서 설치해도 주파수가 좋아서 멀리까지 전파가 가지만, PCS로 서비스 하던 KTF는 주파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주파수때라 촘촘히 송신탑을 설치해야 했단다.
SKT는 적은 돈으로 좋은 주파수를 가지고 좋은 음질의 서비스를 줄 수 있었던 것에 반해서
KT는 많은 돈을 들여서 상대적으로 안 좋은 주파수를 가지고 서비스를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3G로 넘어오면서 KT는 3G 송출 범위가 기존의 송신탑에 업그레이드 하는 정도로 처리가 되는 것에 반해 SKT는 커버리지가 기존의 송신탑으로는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초기 SKT 3G를 쓰던 나는 강원도에 가족과 함께 음식먹으로 갔다가 주파수가 안 뜨는 것을 보고 적지않게 실망한 적이 있다. KTF 3G를 쓰던 가족분의 휴대폰에는 2칸이나 떠있었는데...
결국 휴대폰 설정을 2G로 바꾸고 이후로 한번도 3G로 변경하지 않았다.
(참고로 초기 3G 모델은 2G를 쓸지 3G를 쓸지, 혹은 3G로 먼저잡고 안잡히면 2G로 잡는다던지... 설정이 가능했다.)

3G의 퀄리티는 객관적으로봐도 KT가 우세하다. SKT도 3G 서비스를 한 지 시간이 좀 지난 관계로 많이 따라왔다. 하지만 이제 KT가 wifi, wibro등 기존 유무선망까지 활용하며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고있다. SKT도 어느정도 유무선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KT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규모에서 말이다.

이런 규모를 바탕으로 무선 데이터 이용요금을 현 수준에 비해 파격적으로 줄였다.
SKT에서 이정도로 줄이기에는 출혈이 너무 클 것이다. 
앞으로 투자해야 할 비용이나, 서비스의 품질 등을 생각하면 가격을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무선 인프라는 국산, 외산 휴대폰을 테스트 할 테스트배드로 손색이 없기에 앞으로 이런 부분을 위해서도 노키아나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HTC 등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의 출시가 이어질 것이고 '아이폰'의 선례를 벗삼아 규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 휴대폰이 들어왔을때 테스트배드로 쓰기에 용이한 통신사는 KT이다. 문제는 휴대폰을 사용할 가입자가 많은건 SKT라는 것인데, 살짝 관점을 틀어서 '그들이 출시하는 무선인터넷 활용 기반의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는 가입자가 많은 쪽'은 어디가 될까. KT가 될 것이라는거다.

유선보다 무선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웹 생태계가 모바일 웹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할 것인가에 따라서 시장의 판도는 급격하게 달라지게 될 것이고, 이런 흐름을 따라 5년 이후, 10년 이후의 통신사의 주도권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도 SKT인데... 불가능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시 'OB라거와 하이트'의 국내 마케팅 역사의 획을 긋는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했던 나로써는 독과점의 기업이 절대 독과점을 잃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어찌보면 하이트보다 KT는 가진것이 더 많다.
하이트는 당시 시대를 잘 만났다면, KT는 바둑판에 던진 악수가 묘수로 변신하는 순간에 와있기 때문이다.

SKT가 만약 통신업에서 힘을 잃는다면...SK그룹의 다른 계열사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려지는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주제지만... 가깝게 SK 컴즈나 C&C 등이 타격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에너지나 생명 등 다른 계열사는 어떨까? 상관이 없을까?
난 경제학에는 관심이 없지만 절대 상관이 없을리가 없다.
그룹은 독립적이여도 유기적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랄까...

아무튼 내 생각과, KT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이 통신세계의 변화의 신호탄이 될 '아이폰'을 구매하고자 한다.
'아이폰' 효과가 얼마나 될 지 모르지만 KT의 새로운 도전에 힘이 되고 싶다.
난 애플을 좋아하지만 그걸 떠나서 '아이폰'이 도입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스팩다운'에 시달리는 국내 제조사들의 힘이 좀 더 커져서 한국에서도 글로벌에서 판매되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가진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고, 그게 옳은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 사용자가 테스터이고 봉이던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
하나를 사더라도 신뢰하며 구입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며 마친다.
by Joe & Soohy 2009. 11. 22. 03:24